실사대상 기업 확 줄이고
시점도 ‘매년→5년’으로
환경 그물망 규제 해소해
뒤처진 유로존 활력살려
유럽연합(EU)이 기업 활동 중 발생하는 인권, 환경 관련 위험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부과했던 보고 기준을 완화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관련 규제 철폐에 나선 가운데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옴니버스 법안의 일환으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CSDDD)을 대폭 완화할 예정이다.
CSDDD는 기업 공급망 내 E
SG(환경·사회·책임경영) 위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실사 지침으로 작년 7월 발효됐다.
기업 규모에 따라 2027년부터 점진적으로 실사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옴니버스 법안에 따라 실사 의무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우선
CSDDD 적용 대상은 직원 수가 1000명 이상이고 순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약 6800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현재 기준인 직원 수 250명 이상, 순매출액 4000만 유로(약 600억원) 초과에서 대폭 완화된 수준이다.
실사 범위 역시 축소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이 확인한 초안에 따르면 직접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와 자회사만 심도 깊은 실사를 진행하도록 하며, 그 외 하도급업체와 공급업체는 제외될 예정이다.
공급업체 실사 의무 역시 연간에서 5년에 한 번으로 줄어든다.
또한
CSDDD 위반에 따른 벌금 수위를 낮추고 그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법안 공식 발표 전에 변경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CSDDD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 E
SG 준수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2년 2월 EU 집행위가 제안한 실사 지침으로, 미준수 기업에 전 세계 매출액 5%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만큼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견돼왔다.
이에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상원 상무위원회에 제출한 발언에서 “
CSDDD가 미국 기업에 큰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며 “EU의 과도한 규제에 맞서 모든 무역 도구를 고려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CSDDD 적용 유예를 요청하는 등 내부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오는 26일 발표되는 옴니버스 법안에는 EU의 주요 환경 규제 3가지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CSDDD와 더불어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CSRD),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EU 분류체계 등도 손본다.
EU가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밀리면서 각종 기술·환경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말 AI 혁신 격차를 따라잡기 위한 5개년 계획을 담은 ‘경쟁력 나침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로드맵에는 AI기가팩토리 건설과 AI 전환 가속화,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탈탄소화와 청정 기술 생산을 위한 ‘청정산업딜’,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한 ‘유럽 우선권’ 공공조달 정책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로드맵을 발표하며 기업의 행정 부담을 최소 25% 경감하고, 중소기업(SME)의 행정 부담을 최소 35% 경감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어 EU 집행위는 이달 초 기술 특허, AI 책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사생활 보호 등 기술 규제 관련 3개 법안의 초안을 폐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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