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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서 나토 훈련19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남동부 스마르단 훈련장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 소속 장병과 무기체계가 도열해 있다. 나토 신속대응군은 루마니아·불가리아·그리스에서 지난달 시작한 군사훈련인 '스테드패스트 다트 2025'를 오는 26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
"사고, 사고, 또 사라(Buy, buy, bu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 짜는 외교·안보 지형에 북유럽 덴마크가 무장 강화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협상에서 배제되면서 전 유럽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덴마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 여파도 겹친 상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와 내년 국방비로 500억크로네(약 10조원)를 추가 편성한다고 발표했다고 AFP통신·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안보 현실과 관련해 프레데릭센 총리가 의회에서 "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하다"며 "대대적인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구체적인 국방비 증액을 발표한 셈이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번 증액을 통해 덴마크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로엘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이번 증액으로 덴마크의 국방비 지출이 GDP 대비 3.2%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덴마크 국방비는 GDP 대비 2.37%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특히 "국방장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라며 "(무기를) 사고, 사고, 또 사라. 중요한 건 오직 스피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상의 무기를 구매할 수 없다면 차선책을 사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무기를 구매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면 보다 신속히 인도될 수 있는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속도를 강조한 덴마크 정부의 대대적인 재무장 선언에 한국 방산업체들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싱크탱크인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한국 방산업체들이 대량 생산 역량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덴마크가 속한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증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향후 5년간 매년 8%씩 국방 예산을 삭감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달 24일까지 이처럼 삭감된 예산안을 작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다만 주한미군이 소속된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비롯해 북부사령부, 우주사령부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담당하는 유럽사령부와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 그리고 아프리카사령부는 예산 삭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서양에 걸쳐 분포하는 미군의 억지력이 약화한다는 의미로 이는 미국을 제외한 대서양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회원국이 방위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EU 재정준칙 면책 조항 발동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EU 재정준칙은 회원국들에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 앞마당에서 유럽을 '패싱'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 태도와 노골화하는 방위비 압박에 못 이겨 방위비 지출만큼은 재정준칙 면책 조항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낸 셈이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에 "코로나19 위기 때처럼 유럽은 이제 안보를 위한 금융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럽 각국의 국방 예산 증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역내 방산기업 주가가 크게 올랐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 주가는 올해 들어 50% 넘게 상승했다.
독일 방산업체인 헨솔트는 연초 대비 40% 가까이 급등했다.
[김덕식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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