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한 달···바뀐 권력에 편승해 ‘소비자 우위’를 전복하려는 기업들 [★★글로벌]

‘규제 철폐’ 앞세운 친기업 트럼프 노선
기업도 소송으로 ‘바이든 규제’ 지우기
금융위기 초래 기업들, 연준 규제 반기
항공사들은 ‘휠체어 규칙’ 무력화 소송
트럼프 체제서 ‘소비자→기업’ 힘의 이동

‘항공사들이 ’바이든 시대‘의 휠체어 규칙을 뒤엎으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한 달을 앞둔 지난 19일(현지시간). 트럼프발 자동차·반도체 관세 기사와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등 거대한 이슈들이 미국 언론 홈페이지를 도배한 가운데 한 귀퉁이에 이런 제목의 뉴스가 눈에 띕니다.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메이저 기업들이 합세한 로비단체인 ‘미국을 위한 항공’A4A)이 최근 법원에 소송을 냈다는 것. 타깃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든 규제인 일명 ‘휠체어 규칙’입니다.


이 규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행객들에 기기 파손 등이 발생할 때 항공사의 과실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일반 승객보다 엄중한 항공사 책임을 부과합니다.


매년 1만대 이상의 이동 장치가 항공기 여행 과정에서 손상되거나 파손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휠체어 사용자가 안전하고 걱정 없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 규제를 만들었고 지난 1월 말에 시행됐습니다.


로비단체 A$A는 소장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난기류 등 항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휠체어 파손 등은 차별과 무관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미 언론들은 이 소송이 트럼프 대통령이 낭비적이고 차별적이라고 주장하는 연방 정부 전반의 다양·형평·포용(D.E.I) 정책을 폐기하는 가운데 나온 점을 주목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침묵하고 있다가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자 한 달도 안 돼 바이든표 규제를 없애려고 소송을 냈다는 것입니다.


최근 워싱턴DC에서 치명적인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장애인 근로자 문제를 언급한 뒤 소송이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워싱턴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군 헬기와 충돌하면서 67명이 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하게 “연방항공청이 장애인을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미국의 재건을 외치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기업들이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이든표 정책을 죄악시하는 트럼프 2기 기조에 편승해 기업들이 눈엣가시로 생각했던 규제들을 뒤엎기 위해 소송을 내며 ‘소비자→기업’으로 힘의 이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힘의 전복을 노리는 수많은 사례가 쌓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주요 은행과 기업들이 합심해 작년 12월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소송을 냈습니다.


은행의 잘못된 신용 관리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2008년 사례를 막겠다며 연준은 은행들을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s·위기 상황 분석)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귀찮은 규제를 인내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 규제에 절차적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만약 연준이 은행들 요구처럼 스트레스 테스트의 투명성을 높이게 되면 은행들은 답안지를 미리 보는 효과를 얻게 되고, 이 규제 시스템을 쉽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들에게 부과한 규제 도입 취지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죠.
은행들의 소송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위기와 부동산 담보대출 스캔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출범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폐지를 추진하며 은행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CFPB 업무 중단과 청사 빌딩 폐쇄를 지시한 것으로, 이 기관은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설립돼 15년 간 월가 부호들로부터 조직 폐지 로비가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관세 공격을 받는 국가와 기업은 미국산 수입 및 대미 투자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빠른 종전을 희망하면서도 자국의 주권이 강탈되는 패전협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 아래 있는 미국 시민들은 이런 재앙과 공포에서 비켜 있지만 내부의 적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 2기에 편승해 힘의 전복을 노리는 기업들의 탐욕입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기업들이 합세해 벌이는 소송과 로비를 보면 여태껏 소비자로서 공정한 대우로 인식했던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수준, 그리고 이를 기업의 의무로 부과했던 정부의 안전장치들이 하나둘씩 해체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지금 미국 거대 기업들이 힘의 역전을 노리며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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