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재 심포지엄 의미는
2020년 정부 비판 후 잠적한
마윈에게 ‘정치적 면죄부’ 줘
“민간기업 기여 인정” 해석도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 불참에
시장서 우위 상실 가능성 제기
 |
[사진 = 연합뉴스] |
“마윈은 참석했는데, 리옌훙은 불참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과 심포지엄(좌담회)을 개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 안팎에서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이다.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다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이 오랜만에 등장한 반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 회장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해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눈 마 전 회장에 대해 ‘정치적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마 전 회장은 2020년 10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비롯해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포럼에서 금융당국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 상장은 무산됐고, 마 전 회장은 한동안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사건은 중국 공산당이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를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따라서 시 주석에게 ‘미운털’이 박힌 마 전 회장이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 자체가 ‘빅테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딩솽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간과 혁신을 대표하는 마 전 회장의 재등장이 가장 유망한 신호”라며 “이번 심포지엄은 민간 기업의 기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자리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민간 기업 주도로 지금의 어려워진 중국 경제를 극복하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미·중 기술 경쟁과 무역 분쟁까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앞으로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기술 자립은 필수이고, 그 선봉에는 빅테크가 있다.
즉, 이번 심포지엄 개최는 중국 지도부가 민간 부문 중심의 경제 노선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관리 사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행사에 비해 기술 부문의 참석자가 더 많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중국 지도부가 민간 부문이 기술 혁신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싶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오는 24~25일 열리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는 민영경제촉진법 초안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14차 회의 결과는 다음달 5일 열리는 전인대 3차 전체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 방향과 함께 발표된다.
마 전 회장과 달리 리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2023년 중국 최초의 AI 챗봇인 ‘어니봇’을 내놓은 바이두가 시장에서 선도 입지를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딥시크 등의 등장으로 AI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이사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바이두가 수년에 걸쳐 AI ‘어니(중국명 원신)’ 개발을 통해 얻은 선도적 우위를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딥시크 같은 후발주자를 따라가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16일 “이용자에게 보다 다양한 검색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며 자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딥시크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후속 AI 모델인 ‘원신
대모형 5.0’을 선보일 예정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