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알리바바·BYD·화웨이 등 중국 빅테크 수장들과 심포지엄(좌담회)을 개최했다.
시 주석이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이러한 자리를 가진 것은 2018년 11월 이후 6년여 만이다.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중 패권 경쟁에 무역 분쟁까지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중국을 대표하는 주요 민간 기업에 힘을 실어줘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민간 기업과 좌담회를 열고 "새로운 시대에서는 많은 민영 기업과 기업인들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민영 경제 발전은 전망이 밝고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영 기업이 개혁·개방의 여정과 함께 번창해왔다"며 "민영 기업과 기업인들은 국가에 대한 보답의 뜻을 품은 채 발전을 도모하고 공동부유를 촉진함으로써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는 데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개혁 발전과 산업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해결책이 없지 않고 극복할 수 있다"며 "국내외 정세에 대한 당의 판단과 결정에 맞춰 발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내수 및 소비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첨단 산업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전쟁'까지 본격화한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중앙TV(CCTV)가 이날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번 심포지엄에는 시 주석 외에 리창 국무원 총리와 딩쉐샹 부총리,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이 참석했다.
민간 기업에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전 회장과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이자 전기차 업체인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 회장, 중국 최대 통신 업체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등이 자리했다.
또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 BYD의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쩡위췬 회장,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렁유빈 중국전국공산업연합회 부회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딥시크의 '바링허우(1980년대생)' 창업자인 량원펑 회장과 '주링허우(1990년대생)' 창업자로서 얼마 전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는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도 참여했다.
이날 좌담회에 대해 베이징에 본사를 둔 정책연구센터인 트리비움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매우 중요한 만남"이라며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친기업적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면 경제를 더 나은 궤도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이 마 전 회장을 만난 점을 두고 중국 공산당이 민간 기업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마 전 회장은 2020년 10월 왕치산 국가 부주석을 비롯해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포럼에서 금융당국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 상장은 무산됐고, 마 전 회장은 공개 석상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한편 중국 지방정부들은 최근 앞다퉈 토종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톈진시 허베이구는 최근 딥시크 AI 모델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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