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이성적인 미치광이’...트럼프 ‘매드맨 전략’이 통하는 이유 [★★글로벌]

예측불가능성 선호하는 트럼프
2기서 더 매운맛으로 공포정치

“위협은 반드시 실현·양보해야
위협 제거돼” 무한 가스라이팅

취임 동시에 압도적 물량·속도전
언론과 대중의 비판 기능에 혼선

지난달 1월 20일 취임 첫 날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압도적 정책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 연합>
‘“우리는 보다 예측 불가능한 국가가 돼야 한다.

- 도널드 트럼프,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토론회
9년 전 트럼프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도 이 정도 미치광이 행태를 보일 줄 몰랐습니다.


집권 2기에서 더욱 독해진 트럼프식 공포와 협박 정치에 당사국들이 초기부터 백기 투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학계에서 지칭하는 이른바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정치사에서 매드맨 전략은 리처드 닉슨 집권기에 본격 거론됐습니다.

베트남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은 어떤 미친 행동도 감행할 수 있다는 공포를 전하려 했고, 이 같은 통치 방식이 상대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유효한 협상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으며 매드맨 전략으로 회자되기 시작했죠.
지난 1기에서 미국의 이익을 명분으로 고립주의 매드맨 전략을 펼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에서 보다 매운맛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뉴멕시코만을 겨냥한 트럼프 2기의 새로운 팽창주의 욕구가 표출됐고 최근에는 최악의 분쟁 지역인 가자지구까지 군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식 공포 정치를 가미한 트럼프 대통령의 매드맨 전략은 지난 1기 때도 상당한 재미를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주요 타깃 중 하나가 다름 아닌 한반도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초기 북한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그리고 세계가 본 적 없는 강력한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또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압박했죠.
이 엄포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트럼프식의 매드맨 전략이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핵실험 중단과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 가시적 변화를 끌어냈다고 평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상대로 최대압박을 가한 후 열린 2018년 6월 첫 미북정상회담 모습.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국인 한국을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끌어낸 것도 매드맨 전략이 통한 현실 사례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한국을 상대로 “내가 미쳤다고 말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통제 불능 상태이고 즉각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으니 얼른 양보를 하라는 ‘최대압박’ 전술을 부린 것입니다.


포린폴리시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전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이성적인 이유로 비이성적인 소리를 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매체는 트럼프식 매드맨 협상 전략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신뢰할 수 있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꼽습니다.


당사국에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 미친 나라는 그 위협을 실행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합의가 이뤄지면 이 미친 나라는 그 강압을 중단하고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25% 관세 선제공격을 당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마약과 불법 이민 관련 양보 조처를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협상에 들어간 것도 당사국에 이 두 개의 믿음을 부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인 것이죠.
트럼프 1기의 매드맨 통치와 비교해 2기가 더 교묘하게 진화한 배경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최근 분석도 눈길을 끕니다.


다양한 정책 콘텐츠를 임기 초기 압도적 속도와 물량으로 던지고 있다는 것이죠.
에즈라 클라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 속도와 물량으로 언론의 주목을 흐리고 일관성 있는 생각을 어렵게 하는 ‘총구 속도’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 속도와 물량 속에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논쟁적인 이슈들이 숨어 있음에도 건전한 비판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사람들은 주로 주류 언론이든 소셜 미디어든 미디어를 통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라며 “언론을 압도하면, 즉 언론이 주목해야 할 곳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주면, 한 가지 일에서 다음 일로 계속 움직이면 일관된 반대가 나올 수 없다.

심지어 일관성 있게 생각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의 백악관 첫 2주의 요점은 홍수, 압도적인 것이다.

(이 누적된 효과에 일관된 생각이 마비돼) 그의 의지를 따르고 그가 원하는 것을 하게 된다”는 게 그의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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