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망친 주범은 월가”...세계 최고 권위 경제신문이 꼬집은 이유

FT “모든 산업 금융화” 지적
투자자 압박에 단기성과 매몰

뉴욕증권거래소(NYSE) 밖에 걸려있는 월스트리트 표지판. AFP 연합뉴스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금융 지배력이 제조업 경쟁력에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산업의 발달로 미국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면서 기업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비즈니스를 분기별 실적 수치로 이해하고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집중하면서, 기업 혁신과 직원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든 산업이 이처럼 ‘금융화(Financialisation)’하면서 제조업 쇠퇴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란자이 굴라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사다.

굴라티 교수는 ‘미국 산업 금융화’의 예시로 잇단 추락 사고와 품질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보잉을 꼽았다.

굴라티 교수는 2022년 저서 ‘딥퍼포즈(Deep Purpose)’에서 “1990년대까지도 보잉은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나은 항공기를 만들겠다는 이상을 가진 기술혁신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며 “보잉이 기업의 존재 이유, 즉 20세기 성공을 이끌었던 가치와 목적을 포기했다”고 쇠퇴 원인을 분석했다.


필름 카메라 쇠퇴로 지난 2012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코닥도 금융화의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꼽힌다.

코닥은 사실 1970년대부터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을 연구해왔지만 필름 사업을 고수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박에 혁신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편 굴라티 교수는 스위스의 가족 기업이자 공장용 장비 제조업체인 뷜러(Bühler)를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1860년 철물 주조소에서 시작한 뷜러는 곡물 분쇄기, 신문 인쇄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소비자 식품가공 장비 제조업과 첨단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슈테판 세이버 뷜러 CEO는 연 매출의 4~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결국 기업이 금융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 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혁신과 조직 문화의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영란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 경제학자 댄 데이비스는 “기업홍보(IR) 관련 부서와 일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분기 수익에 대한 논의 정도로 쪼그라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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