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부펀드 설립 행정명령
“틱톡 인수에 활용할수 있어
제조·의료·방위 전폭 투자”
재무부 12개월내 신설 계획
재정적자에 재원조달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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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함께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국부펀드 설립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부펀드 설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부펀드를 활용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특정 전략산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경우 세계 산업과 금융시장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를 만들 것을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 서명에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함께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르면 재무부와 상무부는 90일 안에 미국 국부펀드에 대한 계획을 제출한다.
국부펀드란 국가가 보유한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설치된 펀드로, 다양한 투자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활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틱톡을 국부펀드에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틱톡 금지법은 틱톡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우려로 미국에서 금지될 위기에 처한 틱톡의 미국 영업을 허용하되 지분 50%를 미국 측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주요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국부펀드를 통해 틱톡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AP통신은 국부펀드 설립으로 미국 국영 자원의 수익금을 투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설하는 국부펀드가 규모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 국부펀드를 따라잡고 싶다”며 “미국은 짧은 시간에 가장 규모가 큰 국부펀드 중 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부펀드를 통해 최첨단 제조 허브나 의료 연구, 방위 역량 증진 등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부국인 사우디가 국부펀드를 운영하면서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눈여겨본 셈이다.
국부펀드연구소(SWFI)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의 자산 규모는 9250억달러(약 1355조원)다.
서명식에 배석한 베센트 장관은 “향후 12개월 내로 국부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정부 규모는 엄청나며, 정부와 기업 간 거래는 미국인들에게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부펀드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자금 조달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IDFC)를 국부펀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이 부과하게 될 관세로 국부펀드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부펀드 설립 과정은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고 있어, 국부펀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태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The Hill)은 미국의 현재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미래에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흑자에 의존하는 국부펀드 설립 제안은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의회 관문도 넘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부펀드가 조성되면 의회를 거쳐야 하는 기존 예산 조달 경로를 우회할 수 있다”면서 “의원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우회하는 국부펀드에 회의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받는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를 미국에 제공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수백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희토류를 가지고 있고 난 희토류를 담보로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의 가치가 2조~7조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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