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미국의 금융 지배력이 제조업 경쟁력에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산업 발달로 미국 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매몰되면서 기업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비즈니스를 분기별 실적 수치로 이해하고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집중하면서 기업 혁신이나 직원과 이어갈 장기적인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든 산업이 이처럼 '금융화(Financialisation)'하면서 제조업이 쇠퇴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란자이 굴라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이같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사다.

굴라티 교수는 '미국 산업 금융화'의 예시로 잇단 추락사고와 품질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보잉을 꼽았다.

굴라티 교수는 2022년 저서 '딥퍼포즈(Deep Purpose)'에서 "1990년대까지도 보잉은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나은 항공기를 만들겠다는 이상을 지닌 기술혁신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있었다"며 "보잉이 기업의 존재 이유를 포기했다"고 쇠퇴 원인을 분석했다.


한편 굴라티 교수는 스위스의 가족 기업이자 공장용 장비 제조업체인 뷜러를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1860년 철물 주조소에서 시작한 뷜러는 곡물 분쇄기와 신문 인쇄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소비자 식품가공 장비 제조업과 첨단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슈테판 세이버 뷜러 CEO는 연매출의 4~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결국 기업이 금융화되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 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혁신과 조직문화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가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