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안돼”...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3년만에 정치적 침묵 깬 이유는?

총선 직전 반이민 정책 놓고 정치권 분열
기민당 대표가 극우정당과 손잡기로 하자
메르켈 “매우 잘못된 생각” 강력히 비판

독일 총리직에서 물러나 지난 3년 동안 정치적 언급을 자제해 온 메르켈 전 총리가 총선을 약 3주 앞두고 자신이 몸담은 중도 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민당) 대표를 직접 비판해 화제가 됐다.


기민당이 강력한 반이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독일 정치권의 오랜 금기를 깨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손잡은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메르켈 전 총리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차기 총리가 되는 것이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극우 정당에 이른바 ‘방화벽’을 치고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정치권의 오랜 원칙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기민당은 지난달 29일 기독사회당(CSU)과 함께 상정한 이민정책 강화 결의안을 연방의회에서 찬성 348표, 반대 345표로 간신히 통과시켰다.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AfD와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 등의 지지로 찬성이 과반수를 넘겼다.


사민당 소속인 올라프 숄츠 총리는 표결을 앞두고 기민당과 기사당이 AfD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고 비판했다.


메르켈 전 총리도 메르츠 대표가 지난해 11월 연방의회 표결에서 AfD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막겠다고 약속한 것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화벽) 약속을 포기하고 사상 처음으로 연방의회에서 AfD 표에 힘입어 과반수를 넘긴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3일 선거를 앞두고 메르켈 전 총리의 드문 개입은 독일 정치권에서 커지는 AfD의 영향력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기민당 내부에서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메르켈 전 총리의 개입이 이민 문제에 대한 당의 우파적 변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극우 주변의 방화벽을 약화시키는 문제에 대한 내부 논쟁은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츠 대표의 입지는 메르켈 전 총리의 개입으로 위태로워졌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8년 기민당 대표에서 물러났고, 2021년에는 총리직을 떠났지만 여전히 기민당의 중도 온건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기민당 온건파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연방의회 투표 결과가 당의 정체성을 흐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민당 일부 지지자들도 최근 기민당 본부 앞에서 극우 세력을 배제하기 위한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다만, 메르켈 전 총리의 개입이 오히려 AfD에 대한 지지를 더 굳건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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