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최 회장 일가가 순환 출자 구조를 통해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며 회의를 진행하자 영풍·MBK 측이 무효 소송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면서 '반쪽짜리 주총'이 됐다.
지분율이 뒤처졌던 최 회장 측이 고의로 순환 출자 구조를 만든 행위와 이에 대한 효력을 놓고 법적 공방이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고려아연 임시 주총이 열린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직원 100여 명이 피켓 시위를 벌이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올라온 직원들은 오전 2시부터 버스를 타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주총 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가 지연되며 오후 2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한때 개회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주주들은 위임장을 확인하는 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냐며 주총의 투명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5시간가량 지연된 끝에 주총이 시작됐지만 참석 주주 수와 주식 수를 공표하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진행한 점이 논란이 돼 개회 10분 만에 중단됐다.
오후 2시 50분께 출석 주주 수와 의결권 지분 집계 등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이 영풍이 보유한 25%가량의 주식을 의결권이 없다고 분류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앞서 주총 직전인 지난 22일 오후 최 회장 측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호주 계열사로 매각해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영풍-
고려아연-SM홀딩스-SMC(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고리가 만들어져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25.42%)은 의결권이 없어졌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해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내주는 결과는 피해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법적 리스크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MBK는 이번 임시 주총이 적법하지 않았고, 최 회장 측이 고의로 순환 출자 구조를 만든 행위도 불법이라고 보고 임시 주총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들은 상법 조항이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만큼 이번 조치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주총에선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19명 이하로 제한 등 안건을 가결시켰다.
[오대석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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