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기업금융(IB)은 기업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사업인 만큼 이런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올해는 신기술금융사업자(신기사) 부문 신규 사업을 늘리고 패키지딜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
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부사장·사진)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경기 악화로 중견기업의 유상증자가 늘어나는 등 IB 수요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IPO(기업공개) 시장도 작년보다 활기를 띨 걸로 보여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IB1부문장을 맡고 있다.
1996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후 기업금융, 채권, 금융공학, 부동산금융 등 IB 분야를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리스크관리본부장, IB2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과거 5조원 규모에 달했던 KT 민영화 작업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심사체계 구축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둬왔다.
최근
삼성증권 IB1 부문은 시장 내 존재감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중소 및 중견기업(SME) 관련 사업에서 특히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
메자닌 발행 부문에서는 증권사 중 실적 2위를 기록하며 SME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최근에는
차바이오텍의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을 확정하며 연초부터 대규모 실적을 예고했다.
이 부사장 부임 이후 첫 정기 인사는 이러한 강점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기업금융2본부장으로 승진한 장서익 본부장은 SME 사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이 부사장은 올해 확장할 신사업으로 신기사 비즈니스를 꼽았다.
이는 신기사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사업이다.
초기 또는 성장 단계의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부사장은 “현재 4000억원 수준인 신기사 운용자산(AUM)을 올해 5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기업 생애주기에 맞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업무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증권사 IB 시장에서
삼성증권은 패키지딜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주목하고 있다.
패키지딜이란 M&A, 인수금융, 증자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하여 고객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의 합병 때 SK E&S 측 자문을 맡았다.
당시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RCPS(상환전환우선주) 상환 해결을 위해 SK E&S가 2조8000억원 규모 단기 사모채를 발행하자 해당 자금 조달의 주관도 담당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IPO 주관을 맡을 때도 단순히 IPO만 보는 게 아니라 PI(자기자본투자)를 함께 진행하는 등 패키지딜 전략이 중요해졌다”며 “본부장급에서 큰 그림을 함께 들여다보고 필요할 때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인수금융 시장에서 주선액 약 2조6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이 부사장은 “인수금융 시장은
삼성증권의 강점으로 자리 잡았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IPO 부문에서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7곳을 상장시키며 시장 입지를 넓혔다.
삼성증권은 대형 IPO에서도 DN솔루션즈,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과 같은 조 단위 딜에 주관사로 참여했다.
내년 IPO 시장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이 부사장은 “현재 IPO 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상반기 중으로 서울보증, DN솔루션즈 등 대형 딜이 나올 예정이어서 올해 IPO 시장은 유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IB 조직은 경쟁사와 달리 조직 개편 없이 인력 강화에 집중하며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현재 조직이 안정화되어 있어 시장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유리한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조직 개편 없이도 큰 성과를 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증권이 IB 시장에서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톱티어 하우스’로 자리매김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객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
삼성증권이 IB를 잘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고 싶다.
성공적인 딜과 숫자로 시장에 우리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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