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시장에서 세기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일본 혼다와 닛산이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머리를 맞대고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이 대만 훙하이그룹의 닛산 경영권 인수 위협과 맞물려 나왔다는 점에서 혼다가 향후 경영권 방어를 돕는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미국 블룸버그 보도를 종합하면, 혼다와 닛산은 이르면 오는 23일부터 합병을 모색하는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양사가 추구하는 협상 방향은 하나의 지주사를 설립하면서도 현재의 개별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닛산이 최대주주인 미쓰비시 자동차도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닛산과 혼다의 판매량에 닛산 산하의 미쓰비시 판매량까지 더해 세계 3위의 공룡 완성차 집단이 탄생한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총 813만대로, 현재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730만대)을 넘어서는 규모다.

외신들은 다음주 협상 시작과 함께 이번 협상의 성패를 쥔 '제3자'로 닛산과 제휴 관계인 르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지분을 보유한 외부 주주 가운데 르노가 가장 많은 35.7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는 닛산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재 35.7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닛산 경영권을 노리는 훙하이그룹 입장에서는 이 지분을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

훙하이그룹의 움직임에 따라 르노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고, 르노는 이 지분 매각을 통해 대규모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닛케이는 훙하이그룹이 닛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매입에 나서면 혼다가 백기사로 나서서 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르노는 보유 지분을 훙하이그룹에 매각하지 않고 지금처럼 유지하고 있어도 전략적 이득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쇠퇴했던 닛산과 협력이 상위 업체인 혼다로 이른바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다 입장에서도 이번 합병을 통해 르노와 강력한 결속을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외신들은 혼다가 르노의 전기차 사업 자회사 '암페어'를 발판으로 유럽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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