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시기 놓치면 위기 … 혁신 반대세력 설득하는 게 경영 스킬

프란체스카 코르넬리 켈로그경영대학원 학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도 중요하지만, 우린 학생들에게 사내 기업가정신(intrapreneurship)을 더 강조한다.

기업 혁신의 열쇠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사내 기업가정신이란 조직원들이 기존 조직 내에서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 명문 MBA(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미국 켈로그경영대학원(노스웨스턴대)을 이끄는 프란체스카 코르넬리 학장은 이를 '내부로부터의 변화'라고 표현했다.

켈로그의 교육 철학 역시 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코르넬리 학장은 "혁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늘 스타트업과 같은 창업을 떠올리지만, 기존 회사를 혁신하는 것엔 상대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항상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는 큰 기업일수록 혁신을 이루기 어려운 이유"라며 "성공가도를 달려온 기업에선 내부 조직원들이 여태껏 해온 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코르넬리 학장은 기업의 위기도 이 같은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조직원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특히 특정 시점까지 잘 성장해온 기업일수록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두려워하는데, 바로 그런 데서 기업의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켈로그의 교육 지향점 중 하나는 바로 이 같은 사내 기업가정신의 체득, 즉 기존 기업에서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기술(The Art of Inspiring Others)' '자신과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기술(The Art of Selling Yourself and Your Ideas)'과 같은 과목을 MBA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큰 조직 내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내부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게 기업 경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수업뿐만이 아니다.

켈로그 MBA 과정은 타인과의 협업을 줄곧 강조한다.

전 세계 MBA 중 최초로 조별 학습이란 개념을 도입(1970년대)한 것도 켈로그다.


코르넬리 학장은 "조별 학습의 궁극적 지향점은 학생들이 '자존심은 낮추고, 영향력은 높이는 것(low ego, high impact)'"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는 결국 협력"이라며 "듣고자 하는 태도와 겸손을 바탕으로 남을 설득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켈로그 학생들은 입학하면 '컬처 캠프'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거친다.

조를 이뤄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조는 반드시 다인종으로 구성된다.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 포용적인 리더로 성장시키기 위함이다.

코르넬리 학장은 "동일한 문화에선 조직원들이 문제를 직시할 수 없다"며 "서로 전혀 다른 배경, 전혀 다른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엔지니어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르넬리 학장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AI나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 중 실패 사례가 너무나 많다"며 "대다수는 엔지니어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경영 직군과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자, 엔지니어 등과 경영 분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기 마련"이라며 "경영파트 사람들은 기술 관련 전문지식이 없고, 개발자는 비즈니스를 잘 모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인력들도 공학적 전문성을 갖춰 엔지니어들에게 프로젝트의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미래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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