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공장 몰리는 이 나라…“삼성·하이닉스도 힘 보태달라”

안와르 말레이 총리·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대담
칩 패키징 등 후공정 강점 살려
반도체 고부가 분야 진출 확대
아세안 최대 설계단지도 조성
한국과의 협력이 지름길 될 것
내년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
美中 치우치지 않은 균형전략
트럼프 시대, 대안 투자처 매력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오른쪽)가 지난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허브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술과 경험을 두루 갖춘 첨단 반도체 산업 강자인 한국과의 협력은 이 목표를 위한 확실한 지름길이 돼 줄 것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안와르 빈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을 갖고 양국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말레이시아가 갖추고 있는 강점을 살리는 한편, 반도체 전공정 분야까지 밸류체인을 확장해 나가려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 1월 안와르 총리는 국가반도체 전략팀을 설립한데 이어 4월에는 반도체 산업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을 선언해 아세안 최대 규모의 반도체 설계단지 조성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비전에 한국이 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와르 총리는 “글로벌 반도체 부문에서 경제 복잡성이 높은 투자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며 “기술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혜택, 보조금, 비자 수수료 면제 등 여러 제도적 뒷받침을 포함해 설계단지 조성에 필요한 변화라면 뭐든 하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회장과의 일문일답.
-말레이시아가 첨단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 전문단지를 설립하려는데,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선도적 대기업들과 협력 강화를 원한다.

한국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의 산업 성장에 이미 잘 통합되어 있고, 우리는 이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를 기대한다.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전문단지 설립 전략은 한국이 갖고 있는 반도체 기술 분야 글로벌 리더십과도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공동 연구개발(R&D) △공급망 통합 △숙련 인력 개발 △투자·기술 이전 등 양국의 협력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 슬랑오르주 푸총(Puchong)지역에 새로 문을 연 반도체 IC 디자인 파크는 공동 연구 개발을 비롯해 인재 개발, 기술 상업화 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이 최첨단 시설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벤처 투자사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상호 보완적 강점과 비전 공유를 통해 혁신, 경제 성장, 글로벌 경쟁력을 주도하는 역동적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한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의 강점은.
▷말레이시아 경제에 반도체 산업은 중추적 위치에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칩 패키징, 조립 및 테스트 서비스 등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13%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후공정 분야에서 약 5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구축된 인프라를 자랑한다.

반도체 장치 및 집적 회로 수출 규모도 지난해 기준 미화 814억달러에 달하며, 글로벌 반도체 수출 전체 6위로 약 7%의 시장을 점유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수력발전을 통해 풍부하고 저렴한 청정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산업적 강점은.
▷청정 에너지와 녹색 기술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한국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다양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로 신재생에너지다.

말레이시아는 태양광, 수력, 바이오매스 분야에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국가적으로 이러한 강점을 지속 가능한 혁신으로 연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2030년까지 녹색 수소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와도 일치한다.

한국 기업들은 바이오매스 및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에 있어 상당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데 ‘사라왁 신재생 에너지 회랑’ 은 말레이시아의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기술(CCUS)전략의 중심지로, 연간 330만 톤의 C02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최대 90억 톤의 탄소 저장 용량을 보유한 사라왁 회랑은 한국의 CCUS 기술 발전 및 탄소중립 노력과도 긴밀히 연결되며, 양국간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녹색 에너지 전환 가속화 모멘텀을 활용해 말레이시아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산업 기계 및 기술 수출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내년이 양국 수교 65주년이다.

삼성SDI, 롯데케미칼, 롯데에너지머티리얼, 한화큐셀, OCI 등 많은 한국 대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있는데,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더 확대되길 바라는 분야는.
▷수교 65주년은 양국의 지속적 파트너십을 위해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해다.

이런 뜻깊은 해 투자 확대 잠재력이 있는 주요 분야라면 역시 우선적으로는 반도체 기술 등 첨단 제조업 분야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 부문도 빼놓을수 없다.

한국은 디지털 혁신의 글로벌 리더다.

디지털 서비스, 전자상거래, 핀테크, 인공지능(AI)과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을 장려하고 싶다.

이미 5G, AI, IoT와 같은 분야에서 한국의 전문성과 말레이시아의 디지털 경제 확장노력이 어느정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ICT, 스마트시티 솔루션 산업 등에서 한국의 기술 이전을 기대한다.

또 말레이시아는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관심도가 크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과 지속 가능한 농업 등 녹색 기술에서 협력도를 높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교육 및 학술 연구분야도 언급하고 싶다.

말레이시아는 한국의 경쟁력 있는 학술 기관과 연구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고등 교육, 연구 개발(R&D), 인재 교류 프로그램에서의 협력을 기대한다.

이러한 분야에서도 상호 이익을 창출하고 경제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아직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하지만 그의 취임후 건설적 협력을 기대한다.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말레이와 미국은 강력한 무역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수십 년간 구축된 이 같은 유대는 지정학적 현실이 변화하는데서도 협력을 위한 견고한 틀을 제공한다.

미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파트너 중 하나로, 인텔, 구글, MS, 아마존 등 굴지의 기술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을 경제 성장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균형 전략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양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무역과 투자 기회추구를 추구한다.

통상국가로서 우리의 전략은 지속적인 대화와 협정을 통해 무역 자유화와 투자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도 주요 무역 및 투자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유지해온 만큼, 중립적이고 실용적 자세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강화하고 지역 안정과 번영에도 기여하겠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내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지역 안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 촉진을 위해 두 강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의장국의 리더십을 통해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대화와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겠다.


-내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중점부문은 무엇이고, 한국과 협력 강화 분야는.
▷내년은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가 공식 출범한 지 10주년이 되는해다.

의장국으로서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를 채택해 향후 20년간 아세안의 장기 전략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내년 주제는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Inclusivity and Sustainability)’으로, 이를 중심으로 아세안 중심성 강화, 아세안 내 무역 및 투자 활성화,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 중심의 공동체 구축 등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과의 협력은 이 목표 달성에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경제, 첨단 기술, 기후 변화 대응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 확대는 아세안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더 강력한 다자적 파트너십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비전 2045의 실현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게 논의될 것이다.


■안와르 총리는
△1947년 페낭 출생 △말레이시아대 문학 전공 △1982년 정계 입문 △1986년 교육부 장관 △1991년 재무부 장관 △1993~1998년 부총리 △1998~2004년 정치핍박과 투옥 생활 △2008년 총선 보궐선거 승리로 정치 복귀 △2022년~현재 제10대 총리
[신윤재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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