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13]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잘만 경영하면 창업자의 수명을 훌쩍 뛰어넘어 100년, 20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에는 100년을 넘어 200년 이상 된 소규모 사업자들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만큼 노포가 많지 않다.
‘백년가게’들도 백 년 장수를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30년 남짓한 역사를 가진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인천 강화에는 100년 역사를 가진 작은 막걸리 양조장이 있다.
너무 노후되고 낡아서 위험해진 양조장을 현대적인 마케팅과 경영 전략으로 부활시킨 사업가 있다.
금풍양조의 양태석 대표(49)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위험에 처했던 양조장을 멋있게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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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석 금풍양조 대표. <부자비즈> |
더군다나 올해 초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경험형 스마트마켓 사업에 선정돼 100년 양조장의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스마트 기술도 도입했다.
덕분에 100년된 양조장은 오랜 역사의 향기에 최첨단 스마트 기술까지 더해진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스마트기술 덕분에 매출도 월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대를 이어 운영하던 양조장, 사명감을 느끼다
마케팅 전문가로 회사를 운영하던 양 대표가 양조장 경영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우연히 본가인 강화도를 방문했다가 위험에 빠진 양조장을 본 양 대표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양 대표의 부친이 조부가 하던 양조장을 물려받아 운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것은 2000년대 중반. 10년 간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맡겼는데 대리 운영자들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오래된 시설을 보수도 하지 않고 방치해 위험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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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한 금풍양조 외관. <부자비즈> |
양조장의 상태를 마주한 양 대표는 노후되고 낡은 양조장을 부흥시키기 위해 직접 양조장 경영에 뛰어들기로 했다.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잘 접목하면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는 100년 양조장에게 새로운 르네상스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 대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막걸리에 대한 연구와 시설 리뉴얼이었다.
식품공학을 전공했던 양 대표는 막걸리 제조에 대한 지식이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전문 교육 기관에 다니고 컨설팅도 받았다.
이를 통해 100년 양조장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전통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조상들이 쌀과 물, 누룩만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무농약 쌀과 무감미료 사용을 방침으로 정했다.
소형 양조상들은 소량 생산을 하는 대신 고급화 전략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금풍양조에서 사용하는 쌀은 강화도의 무농약 친환경 쌀이다.
유통기한이 석달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쌀이다.
금풍양조의 막걸리는 사용되는 물도 다르다.
보통 생수로 막걸리를 만들지만 금풍양조는 ‘차원’이라는 브랜드와 협업해 강화도 특산물인 쑥차와 순무차를 이용한 찻물로 막걸리를 만든다.
덕분에 이 곳을 찾는 많은 고객들은 지금까지 먹어본 막걸리 중에 가장 맛있다고 평가를 해준다.
오프라인은 경험이 답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막걸리와 메이커스의 합성어인 마커스 프로그램이다.
단체로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양대표가 개발한 금풍컵막이라는 막걸리 밀키트를 이용해서 셀프로 막걸리를 만들어 보는 셀프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올해 초에는 경험형 스마트마켓 사업에 선정돼 VR을 활용하며 경험을 더욱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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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풍양조 vr 체험존. <부자비즈> |
경험형 스마트마켓은 매장의 경험요소와 스마트 기술을 결합해서 오프라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지원사업이다.
최대 1800만원까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양 대표는 새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고 시설을 리모델링하는데 투자된 비용 3148만원 중 1348만원을 자부담으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국비 지원금으로 조달했다.
이 사업을 통해 금풍양조는 사이니지와 키오스크, 메타퀘스트, 스마트 포트박스 등을 도입했다.
또 메타버스 체험존을 만들기 위해서 메타버스 가드닝과 소나무 가드닝도 했다.
새로 도입한 메타퀘스트를 통해 고객들은 가상공간에 복원해 놓은 금풍양조의 옛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 포토박스로는 셀프로 사진을 찍고 출력된 사진으로 라벨을 만들어서 직접 만든 자신의 막걸리에 부착할 수 있다.
7월에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경험 마케팅을 강화한 후 익월부터 매출이 1000만원 이상 증가했다.
경험형 스마트마켓을 통해 큰 성과를 거두자 양대표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의 전도사가 됐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금풍양조는 친환경과 상생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
금풍양조는 버려지는 커피 원두팩으로 막걸리 파우치를 제작한다.
원두팩을 구입하기 위해서 인근 카페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던 카페 사장들도 지금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준다.
한 두 달은 재미로 할 수 있지만 4~5년 이상 지속적으로 리사이클링을 통해 친환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양 대표 역시 양조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인근 카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준다.
현재 100개가 넘는 카페들과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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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풍양조 막걸리 밀키트. <부자비즈> |
콜라보레이션에도 적극적이다.
연간 30건이 넘는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강화도 최고의 축제인 진달래 축제 시기에는 인근 상점들과 협업해서 진달래 막걸리를 만든다.
인근 책방에서는 진달래 꽃 시집 필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카페에서는 진달래청 에이드를 판매하는 식으로 협업해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금풍 양조는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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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풍양조가 협업해 제조한 양초. <부자비즈> |
이처럼 탄탄한 콘텐츠 덕분에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고객들도 많이 찾는다.
어떤 달은 외국인 고객만 200~300명 이상 방문하기도 한다.
협업도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다.
싱가포르 메리어트 호텔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과 제휴해 팝업 매장도 운영한다.
현지 반응이 좋으면 적극적으로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진출 계획은 다 준비돼 있다.
오랜 역사와 스마트 기술의 조화, 상생과 로컬 및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탄탄한 콘텐츠과 경험 마케팅은 금풍양조가 지역을 넘어 글로벌로 발돋움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금풍양조는 지역에 깊게 뿌리를 내릴 수록 글로벌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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