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보고 왕따래”…보란듯이 세계 정상들 불러모은 원조 스트롱맨

역대 최대 규모 36개국 참여
中과 ‘북러 군사협력’ 초점
달러 대항 결제 체계 논의
회원국 경제 비중 확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근처 한 학교에서 열린 셰이카 파티마 빈트 무바라크 교육 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에는 현재 러시아를 공식 방문 중인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EPA = 연합뉴스]
역대 최대 규모의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사흘간의 일정으로 22일 러시아에서 개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의장국 자격으로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서방의 각종 제재와 외교적 고립 시도를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돼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이날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공정한 세계 발전과 안보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 주제로 개막된 브릭스 정상회의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되며 36개국과 6개 국제기구가 참가한다.

참가국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22개국은 국가 원수가 직접 참석한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거의 모든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에서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이번 회의를 통해 서방 진영을 상대로 건재를 과시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북한군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지난 18일 발표 이후 열리는 것이여서 주목된다.

최근 북·러 밀착 가속화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불편하다.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가 강화할수록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북·러 군사협력으로 인해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시험대에 올랐고 중국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면서 “중국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보다는 물밑에서 (북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명보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절제를 권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축인 브릭스의 이번 정상회의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과 자국 통화 결제 비율 확대 등 미국 달러화에 대항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세계 금융 지배력을 위협하고, 러시아와 우방국을 보호할 새로운 글로벌 금융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싱크탱크 중국국제문제연구원의 왕유밍 개발도상국연구소장은 “고조되는 글로벌 무역 긴장과 일부 서방 국가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압박, 증가하는 반(反)세계화 경향 속에 브릭스 회원국들은 개방적·포용적 세계 경제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소장은 “대안적 결제 시스템은 특정 서방 국가들에 자주 이용되는 ‘결제 메커니즘 정치화·무기화’에 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제재로 달러화 결제망에서 퇴출당한 러시아와 위안화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분야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이 옵서버(참관)로 참석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도 회담한다.

특히 24일에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날 예정이다.

크렘린궁은 “유엔의 활동과 함께 중동 위기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 등 국제 현안을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스 가부예프 카네기 유라시아센터장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푸틴에게 큰 선물”이라며 “러시아는 브릭스가 세계질서를 공정하게 이끄는 새로운 조직의 선봉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브릭스에 참석하는 정상의 이해관계가 달라 푸틴 대통령이 바라는 메시지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NN은 “브릭스는 에너지부터 위성 데이터 공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기술, 금융 협력을 강화할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지만, 브릭스 내 국가 간 분열과 서로 다른 의제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브릭스의 한계”라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브릭스 국가들은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세계 총생산(GDP)에서 브릭스 국가들의 비중이 선진국으로 구성된 주요 7개국(G7)의 비중을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브릭스 가입국들의 경제 성장은 외부 영향에 점점 더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이것이 ‘자급자족 경제’와 ‘경제 주권’”이라며 서방 중심 세계 경제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전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브릭스는 회원국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브릭스 회원국 규모도 확장세다.

지난 2006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 신흥 경제국의 모임으로 창설된 브릭스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며 5개국 체재를 이뤘다.

이어 올해 1월 1일 자로 이집트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가 정회원이 됐다.

이 밖에도 30여 개 국가가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가입을 희망하는) 30개 나라를 포함해 다른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 브릭스의 의제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릭스 회원국 확대와 관련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남반구 국가들을 끌어들여 대안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으로부터 고립된 러시아도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길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