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어놓고 알리·테무랑 싸우라니”…여당 참패에 새벽배송 또 막힐 판, 대형마트 울상

유통산업법 개정안, 3년째 국회 계류
전통시장·소상공인 위해 도입됐지만,
中이커머스 맞선 韓기업 경쟁력 약화

지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이 치열한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규제에 손발이 묶였다는 토로가 나온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발의된 뒤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논의되는 데 그쳤다.


개정안이 내달 29일까지가 임기인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다.

법안이 폐기되면 22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내 논의 등 모든 절차에 행정력을 재차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유통산업법은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하고, 매달 의무휴업일을 2일 지정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중 의무휴업일 관련 부분은 최근 국무조정실 주도로 이뤄진 규제 개선안 공표에 따라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새벽배송에 대해서는 아직 대형마트들의 손발이 묶인 상태다.

법제처의 ‘의무휴업일에 배송을 목적으로 물건을 반출해 반송하는 것은 의무휴업 명령을 위반한 행위’라는 법령 해석을 정부와 업계에서 수용한 결과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새벽배송이 불가하다는 의미다.


당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법이었지만, 첫 시행 후 12년이 지난 현재는 중국 이커머스와 국내 유통기업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초저가 정책을 앞세운 알테쉬 등을 상대로 ‘빠른 배송’으로 경쟁해볼 수조차 없어서다.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화장품 매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야권의 반대가 심해 계류 중이다.

야권에서는 전통시장과 재래시장 등 중소상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사이 중국 이커머스는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27조3470억원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 중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 역시 6조7567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알테쉬 등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거래액이 3조2873억원(48.7%)에 이르렀다.


그간 우리나라의 해외 직구는 1위 국가는 미국이었지만,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저가 상품 공세로 시장 구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의 중국 이커머스 거래액은 전년보다 121.2% 증가한 수준이기도 하다.


22대 국회에서도 범야권이 힘을 쥐게 된 만큼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에서는 애써 아쉬움을 감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주도 규제 개선으로) 주말에 마트 영업을 하게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 경제 안보를 군사 안보에 준하게 보고 정부가 자국 기업 지원책을 마련해주지 않나. 삼성, LG 등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 것만 봐도 그렇다”며 “한국에서는 도리어 우리나라 법이 기업을 규제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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