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부총재를 맡고 있는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뉴욕에서 회동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를 대비한 일본의 '보험 들기' 성격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서는 '모시토라'(혹시 트럼프가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의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현재 일본 집권 자민당의 부총재를 맡고 있는 아소 전 총리를 맞이하며 "그는 일본과 그 너머에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이라며 "그를 만나 큰 영광"이라고 환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밀월 관계였던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좋아했고, 우리의 매우 소중한 친구인 (아베) 신조를 통해 (아소) 다로를 알게 됐다"며 "우리는 (아베) 신조를 사랑했으며, 나는 그가 매우 그립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가 재임했을 때 오랜 기간 부총리 겸 재무상을 지낸 아소 전 총리는 양국 정상회담에 배석했고, 두 정상의 골프 회동에도 동석했다.


일본인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은 위대한 나라"라며 "우리는 일본 사람들을 정말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연일 법원에 출석하고 있어 선거 유세에 차질을 빚고 있는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아소 전 총리를 만나는 성의를 보였다.


양측은 1시간 정도 회담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통해 "인도·태평양 안보와 안정을 위한 미·일 동맹의 중요성과 중국·북한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의 국방비 증액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회동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관계를 다진 데 이어, 자민당 2인자를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도 줄을 대 보험을 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보호무역 조치를 부활시켜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거나, 양국의 국방 관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 일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 맺기를 시도해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소 전 총리는 지난 1월에도 뉴욕을 찾는 등 물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당시에는 공화당 대선 경선 일정 때문에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임에 성공하면 새로운 관세를 광범위하게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소 전 총리와 만난 당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엔화의 달러 대비 역사적 하락에 대해 "총체적 재앙"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약세가) 수년 전 일본과 중국을 강력하게 만들었다"며 "내가 대통령일 때는 일본과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들였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동의 외교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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