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의 직장’ 옛말된 한은...작년 퇴사자 10명 중 6명이 2030대

맞벌이 부부 증가하며 해외연수 대신 국내 선택하거나 포기
신입·경력 채용 늘려 대응...임금 인상 없이 ‘역부족’ 지적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사진공동취재단>
작년 한국은행을 떠난 직원 10명 중 6명이 청년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부문과의 급여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맞벌이 부부 등이 증가하며 장점으로 꼽혔던 해외 학술연수 기회도 퇴색된 점이 배경이다.


24일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은 중도퇴사자 35명 중 30대 이하는 21명으로 전체의 60%에 달했다.

2021년부터 2023년 최근 3년간 한은을 떠난 젊은 직원은 총 61명으로 전체 중도퇴직자 101명의 60.4% 수준이었다.

이는 종합기획직원(G5)과 일반사무직원, 일반기능직원 등을 포함한 숫자다.


한국은행 연령별 중도퇴사자(의원면직) 현황<자료=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실>
한은의 4급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대거 나가면서 인력 유출이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직급별로 보면 작년에 떠난 직원 중 과장급 이하 직원인 4급(11명), 5급(11명) 등이 팀장급 이상 직원인 특·1급(4명), 3급(3명)보다 수가 많았다.

중도퇴사자 중 4급 이하 비중은 2019년(53.6%), 2020년(58.3%), 2021년(59.3%), 2022년(71.8%), 2023년(62.9%)로 최근 더 많아지는 경향도 보이고 있었다.

특히 남성 직원들의 이탈률이 심해 작년 퇴사자 중 약 80%인 28명이 남성이었다.


한국은행 직급별 중도퇴사자(의원면직) 현황<자료=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실>
내부 직원 사이에선 최근 20년 사이 시중은행 등 민간부문의 월급이 크게 오르는 동안, 한은의 경우 상승폭이 적거나 제자리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22년 기준 1억330만원으로 시중은행이나 다른 금융공공기관보다는 낮은 편이다.

지난해 은행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경우 은행 직원 1인 평균 급여가 1억2000만원, 하나은행(1억190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한은 등에 따르면 2018~2022년 한은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1.4%로 공무원 임금인상률(1.9%), 시중은행 임금인상률(2.36%)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유희준 한은 노동조합 위원장은 “과거 ‘신의 직장’으로 불렸지만, 그 위상이 낮아졌다”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비슷한 직업군과 대비했을 때 상승 폭이 전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장점인 해외연수도 장점이 퇴색되고 있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배우자의 직장때문에 해외로 나가기 힘들어져 해외 대학 대신 국내 대학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물가가 크게 뛰었음에도 임금과 마찬가지로 체류비 상승 폭이 크지 않고, 지원 기간도 한정적인 점도 불만으로 꼽힌다.

해외 연수 대상이 젊은 직원보다는 높은 연차급 위주로 구성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유 위원장은 “세계적 석학과 자웅을 겨루기 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젊은 사람들을 위주로 해외 유학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사측 입장에선 회사에 오래 근무했고, 기여가 있는 사람 위주로 보내다 보니 젊은 직원 입장에선 기회가 적어 아쉬운 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청년 중 이탈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은행도 정보기술(IT) 직군 등을 중심으로 신입 채용 인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임금 등을 올리지 않고선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50명 규모의 경력직 채용공고도 올리면서 인력 수혈을 진행 중이다.

민간과의 급여 격차로 인해 경력직으로 들어오려 하는 지원자도 찾기 힘들다고 전해진다.


유 위원장은 “한은 역사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이라며 “인력을 많이 채용하게 되면서 입사 경쟁률도 따라 낮아지게 되면서 좋은 인력을 뽑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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