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1위는 원전과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에 투자하는 '원자력 ETF'였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보다 오히려 AI 시대에 급증할 수밖에 없는 전력 사용을 지원할 원자력과 전력 인프라 업종이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ETF 수익률 1위 상품은 원자력발전 산업 내 설비, 시공, 운영과 관련된 종목, 전력 인프라 관련주로 구성된 'HANARO 원자력iSelect' ETF로 조사됐다.

해당 ETF는 올해 들어서만 40%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이날 기준 HD현대일렉트릭(24.22%)을 가장 큰 비중으로 담았고 LS일렉트릭(12.77%), 한국전력(11.96%), 두산에너빌리티(10.93%) 등으로 구성됐다.

'ACE 원자력테마딥서치' ETF도 올해 27%가량 올랐다.


이들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낸 배경에는 구성 종목 1~3위를 차지하는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종의 주가 상승이 있다.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전력 사용이 급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 등과 맞물려 전력기기 산업 전체 업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미국에서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2년보다 15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AI와 관련해 추가 수요가 발생하면 전력 수요는 최대 210% 늘어난다.


상향 조정분을 발전소로 환산하면 매년 5GW(원자력 3~5기)에 달하는 원전의 추가적인 증설이 필요하다.

박장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자력 에너지는 가격, 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강점이 분명한 만큼 전력 수요 증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아마존이 최근 원전 인근의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용 전력의 소형모듈원전(SMR) 공급 추진 등 빅테크의 원자력발전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늘어나는 전력 수요 증가를 '원자력'으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 공고해지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초 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에 대응해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효율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6기를 짓고 있고, 6월쯤엔 새 원전 8기 건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원자력에 친화적이다.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대상에 원전을 포함했고, 노후 원전 지원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공약 모음집 '어젠다47'을 통해 기존 원자력발전소의 지속적인 가동과 SMR 투자 등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 발전 기업 콘스텔레이션에너지(CEG)는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150% 올랐다.

미국의 거대 전력회사 엑셀론에서 분리된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원자력과 풍력, 태양열 에너지, 수력 자원을 아우르는 미국 최대 무탄소 에너지 생산 기업이다.

이 회사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 기업 중 원자력발전 설비가 가장 많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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