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벌벌 떤다”...민주당 ‘을지로위’ 경제입법 슈퍼갑 급부상

거야 경제입법 누가 이끄나

81명 소속, 재선 성공만 50명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주도
가맹점·플랫폼 칼 들이댈듯
이재명표 경제공약 담당한
기본사회위, 핵심축 급부상
반도체·2차전지 지원 외친
親기업 의원모임은 ‘주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175석’의 거대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경제 관련 입법을 주도할 의원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서는 출범 11주년을 맞은 ‘을지로위원회’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은 ‘기본사회위원회’가 양대 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을지로위원회는 의원 81명이 참여하고 있는 당내 경제입법 단체다.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의 줄임말인 ‘을지로위원회’는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에 강매, 폭언 등을 했던 사건을 기점으로 탄생했다.

초기에는 대기업과 가맹사업자·대리점주의 갈등이나 노사 분쟁을 조정하는 기능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경제 관련 입법을 주도하는 당내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민주당이 최근 단독 처리를 예고한 전세사기특별법,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은 모두 을지로위원회가 마련한 법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 자영업 카드 수수료 인하, 국회 청소노동자 정규직화,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법, 납품단가연동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도 을지로위가 추진했다.


을지로위는 22대 국회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81명 중 재선에 성공한 의원만 50여 명에 달한다.

5선의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4선이 7명, 3선이 14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외에서 입법 지원을 해왔던 김남근 변호사(서울 성북을)도 당선되며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박주민 을지로위 위원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을지로위원회는 22대 국회에서도 입법에 방점을 찍으려고 한다”며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을지로위은 산업재해, 생활임금제 도입, 정규직 확대,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가계 부채 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친노조 기조를 보이며 갈등 조정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본사회위원회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는 당내 기구다.

이번 총선에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고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기본사회위는 차기 국회에서 ‘핵심 경제입법 기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자문단장을 맡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이 대표의 핵심 브레인으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된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민생 정책 중에는 기저에 ‘기본사회’ 개념이 깔린 경우가 많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 의제 중 가장 우선순위로 내세우는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놓은 ▲출생 기본소득 ▲기본주택 ▲대학무상교육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 어르신 하루 한끼 지원 등이 ‘기본사회 5대 공약’에 해당한다.

이 중 출생기본소득은 현 8세까지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17세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학 무상교육’은 국립대·전문대에 전액 무상교육을, 4년제 사립대에 반값등록금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면 기업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청취해온 ‘글로벌기업 경쟁력강화 의원 모임’은 김병욱 의원의 낙선으로 다소 활력을 잃는 모양새다.

25명의 참여 의원 중 불출마·낙선한 사람만 9명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김한정 의원을 비롯해 최인호, 신현영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구성원인 친명계 중진의원 안규백, 정성호 의원이 5선에 성공하면서 이들이 모임의 명맥을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김병욱 의원의 제안으로 공동 대표직을 맡은 유동수, 송기헌 의원도 3선 고지에 올랐다.


‘글로벌기업 경쟁력강화 의원모임’은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토론회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초청하며 오너 경영의 긍정적 측면을 조망해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2차전지·전기차 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리쇼어링 활성화 법안, 테크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세제 지원 방안 등도 검토했다.

하지만 차기 국회에선 을지로위원회와 기본사회위원회 위세에 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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