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디지털경제 서밋 앞두고
ASTRI CEO 기자들과 만나
“5년안에 신기술로 미국 반도체 추격”

“AI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5년 안에 다른 유형의 기술로 충분히 미국을 추격할 수 있습니다.


홍콩 특별행정구가 주관한 ‘디지털경제 서밋(Digital Economy Summit·DES) 2024’을 앞두고 지난 11일(현지시간) 홍콩 테크노베이션 센터에서 만난 데니스 이프 응용과학기술연구소(ASTRI)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따른 홍콩 특별행정구의 대처 방안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지난날에는 미국의 기술 동향을 따라 왔지만 홍콩은 이제 중국의 방식에 따라 새로운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실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립 홍콩 응용과학기술연구소(ASTRI) 최고경영자. ASTRI .
ASTRI는 홍콩의 디지털 경제를 촉진하고 홍콩을 스마트시티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연구소다.

IT분야의 다양한 기술 생태계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혁신과 인재 육성을 산·학·연 기관의 협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비스 산업에 집중된 홍콩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로 홍콩 자치구 설립 이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0년에 설립됐다.

과거 홍콩은 한때 휴대폰과 관련 칩을 생산하기도 했다.

1990년대 접어들어 중국으로 공장들이 이전되며 홍콩의 전자 제조업 사업은 쇠퇴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위상이 달라질 계기를 맞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전진기지로 홍콩의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해외 반도체의 중국 수입이 홍콩을 거쳐가야 하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라 반도체 자립에 나서는 중국이 홍콩에서의 반도체 연구 개발은 물론 생산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프 CEO는 “인텔은 실제 중국에서 기술을 제공하고 있지만 첨단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우리는 기존 웨이퍼와 다른 차세대 기술을 연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홍콩 특별행정구에서 일할 때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형태의 기술 생태계 조성을 강조한 바 있다.

ASTRI는 실제 홍콩의 한 AI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비슷한 전략이 지난해 현실이 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30일 화웨이가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통해 선보인 자체 개발 칩 ‘기린 9000s’는 등장한 것이다.

당시 반도체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는데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로 7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다는 걸 이 ‘기린 9000s’ 칩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 등과 맞물려 홍콩 특별행정구는 주관한 ‘디지털경제 서밋’을 지난 12~14일 개최했다.

홍콩 특별행정구는 홍콩을 국제적인 혁신 및 기술 중심의 ‘디지털 경제’ 메카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립 CEO도 이 서밋에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ASTRI의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R&D 역량과 첨단 전자 부품 및 시스템, AI , 사물통신 등 기술 부문으로 그룹화하고 스마트시티, 핀테크 , 지능형 제조, 디지털 헬스, 애플리케이션 특정 집적 회로, 메타버스 등의 핵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ASTRI는 특히 스마트시티, 핀테크 , 디지털 헬스 등 분야에서도 홍콩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는 “홍콩은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전 세계를 잇는 ‘슈퍼 커넥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며 “ ASTRI는 국제 혁신 허브와의 긴밀한 연결과 함께 중국 선전과 인접 도시와 가깝기 때문에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자율주행 등 셀룰러 기반 차량·사물통신(C-V2X)을 활용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C-V2X가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서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열쇠”라며 “홍콩을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해 2022년 ASTRI는 C-V2X 기술 공공도로 테스트의 2단계를 시작했다”며 “장기적으로 C-V2X는 숨겨진 위험을 감지하고 도로 안전을 개선하는 능력을 통해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ASTRI는 인재 육성과 스카우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CEO급 인재 유치를 목표로 대규모의 채용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250명의 최고 수준의 IT 인재를 모집했다.

ASTRI는 전체 800명에 가까운 직원 중 R&D 팀의 80%가 박사 또는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홍콩대학교나 홍콩과학기술대학교와 협력을 통해 ASTRI Work-Study Programme으로 개인이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에 정규직을 할 수 있도록 해 박사(PhD) 과정을 4년으로 단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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