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밸류업 전부는 아니다…주가 관심없는 이사회 바꿔야 [기자24시]

총선이 끝나고 나서 증권 관련 텔레그램이나 기사 댓글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패가 확정된 것 같은 목소리가 넘쳐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할까 우려하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좌담회 기사에도, 중견 상장사를 만나 ‘밸류업은 자율성에 기반한다’고 설명한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기사에도 ‘총선 끝났다고 벌써 이러기냐’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모두 상속세·배당소득세를 낮추기는 불가능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날 윤 대통령은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 문제는 현 대통령과 여당이 독점해 추진해온 것은 아니다.

어느 정부에서도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제 개편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만능 열쇠도 아니다.

상속세 때문에 지배주주가 주가를 억누른다고 하는데 상속세율이 절반으로 낮아진다고 달라질까. 한국 증시의 대표적 저평가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은 대주주 일가의 상속 문제도 없는데 왜 저평가일까. 주인 없는 회사 포스코 역시 저평가되기는 마찬가지다.

무더기 쪼개기 상장으로 개미를 울린 카카오에도 상속 이슈는 없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대주주와 경영진 또는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더 큰 이사회 때문이다.

주가에 관심 없는 이사회, 이익이 많이 나면 상생기금과 횡재세를 거론하는 여야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

기업 밸류업은 결국 주주들의 뜻이 고려되는 이사회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는 계속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밸류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부담 없는 밸류업이란 없다.

주주의 돈인 자기자본과 대출을 하는 타인자본 모두 비용이 든다.

지금까지 자기자본에 대해선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배당이나 주가 상승이라는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시 디스카운트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자본에 대해서도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 이것은 기업이 상장을 하는 순간 당연히 받아야 하는 청구서다.

밸류업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자기자본 비용 부담을 제대로 지게 하는 것이다.


김제림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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