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잔치 다 끝났나”...엔비디아 폭락에 삼성·SK하이닉스 ‘초긴장’

올초부터 석달간 98% 오른 엔비디아, 가격부담과 업황우려에 하루만에 급락
매크로 환경 급변에 테크주 차익실현
한국 반도체주도 올해 순이익 전망에 비해 선반영된 주가 부담

[사진 출처=연합뉴스]
올 초 글로벌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중동 전쟁 확전 등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시장 기대를 밑도는 반도체 업황 등과 맞물리면서 증시 변동성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10%나 폭락하면서 주가가 762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날 하루 증발된 시가총액만 2000억달러에 달했고 엔비디아 시총은 2조 달러가 붕괴됐다.

하루 하락 폭으로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다.

브로드컴, AMD 등의 AI 반도체주들도 동반 급락하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하루만에 4.12% 내렸다.


엔비디아는 올 들어 지난달말까지 주가가 98% 올랐다.

결국 단기간 급등의 부담이 큰 가운데 최근 고물가, 고금리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면서 큰 폭의 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공급받아 서버컴퓨터를 만드는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잠정 실적 발표를 미룬 탓이다.

이 회사는 이 영향으로 주가가 25% 폭락했고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옵션만기일을 맞아 풋옵션 수익 극대화를 위한 현물 매도세까지 쏟아졌다.


지난 17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전분기보다 27% 하락한 매출을 발표한 데 이어 18일에는 대만 TSMC가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시장 성장률을 ‘10% 이상’에서 ‘10% 수준’으로 하향했다.


전세계 거시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급등한 테크주의 차익실현이 쏟아져 나왔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찰스슈왑의 선임 투자 애널리스트인 케빈 고든은 FT와 인터뷰에서 “테크 주식들에게 힘든 날이다.

연초에 좋아보였던 것들이 이제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테크주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주말 사이에 엔비디아 쇼크에 22일 또 한차례 조정이 나타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만의 TSMC를 비롯해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한국의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엔비디아의 밸류체인에 있는 회사로 그간 엔비디아 주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TSMC와 마찬가지로 시장 기대를 조금이라도 못미치는 가이던스는 주가 급락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종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40조7000억원으로 예상돼 2021년 49조원과 비교해 10조원 정도 밑돌지만 주가는 당시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도 꾸준히 상향될 것이지만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주 예정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주의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이 향후 반도체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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