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SK이노 사장 “전기차는 예정된 미래…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

임원·저연차 등 전 직원 만나
“경쟁자도 모두 힘든 시기”
선대회장의 도전정신 강조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팀장급 연수에 참가해 강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로의 전환은 바뀌지 않을 ‘예정된 미래’다.

SK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현재 직면한 어려움을 돌파하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최근 열린 임직원들과의 릴레이 워크숍에서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인 ‘카본 투 그린(탄소에서 친환경으로)’의 가치를 역설했다.

2차전지 자회사 SK온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위기감을 잠재우는 동시에 SK온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박 사장은 지난 2월부터 팀장급을 시작으로 저연차 직원 및 임원들과 릴레이 워크숍을 함께 하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임직원들과의 자리에서 “올 초부터 SK이노베이션 계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점검에 나서고 있으며 방침이 마련되면 공유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략적 방향성은 옳다는 확신이 있고, SK이노베이션에는 기술력과 인재가 있는 만큼 임직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박 사장의 소통 움직임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둔화)을 맞아 침체에 빠진 SK온·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2차전지 관련 자회사에 대한 지속 투자 의지를 밝히는 행보로 분석된다.

배터리 생산업체인 SK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5818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을 만드는 SKIET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1억원이 그칠 전망이며 이는 직전 분기(269억원) 대비 88% 감소한 수치다.


박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팀장 공동연수에서 “최근 수요 둔화,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전기차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글로벌 기후위기 등에 비춰 전기차로의 변화는 바뀌지 않을 예정된 미래”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SK온은 가격·기술력·품질·고객관리·좋은 기업문화와 우수한 인재 등 5가지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 4·11일 각각 진행된 임원 연수에서도 “SK온과 SKIET 등 그린테크 사업은 마라톤으로 치면 35㎞ 지점쯤에서 오르막을 마주하고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경쟁자들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캐즘 시기에도 내실 강화에 집중한다면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2차전지 사업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 2021년 미래 방향성으로 제시한 ‘카본 투 그린’ 비전은 흔들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경영은 2~3년이 아니라 5~10년 앞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SK그룹의 주력 사업이 된 석유·화학도 힘든 시기를 거쳤고, ‘카본 투 그린’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패기와 용기를 갖고 돌파하자”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창시한 SK경영관리체계(SKMS)도 강조했다.

박 사장은 “선대회장은 당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로 여겨졌던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10년이 넘게 고투한 끝에 이뤄냈다”며 “SK그룹이 SKMS를 기반으로 위기 때마다 더 큰 성과를 보였던 것처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진으로서 반드시 결실을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선경석유를 설립하며 석유업에 뛰어든 뒤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정유·화학으로 이어지는 SK그룹의 중심 사업축을 만들었다.

그는 패기 있는 도전정신으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SKMS를 SK의 기업문화로 채택한 바 있다.


박 사장은 회사 매출액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석유·화학 사업에는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 확보를 주문했다.

박 사장은 “석유사업은 경기 사이클이 존재하고, 화학사업은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과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은 적어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등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사장이 밝힌 포트폴리오 점검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구조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목표 실현을 위해 사업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투자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활동”이라며 “계열사 매각 등 구조개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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