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아파트 짓는다…전세계 경쟁에 한국도 규제 풀어줬다

층간소음 기준 맞추면 가능해
탄소배출 낮고 단열효과 우수

모엘벤이 만든 노르웨이 고층 목조 건물 ‘미에스트로네’.
지난해 스웨덴 건축업체 아트리움 융베리는 스톡홀름 남쪽에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木造) 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부터 2년간 약 25만㎡에 고층 목조건물 30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곳에 2000가구 주거와 사무 공간을 넣는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올해 7월 이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고층 목조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내 법 문제로 목재 공동주택은 아예 지을 수 없었다.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아파트 바닥을 무조건 콘크리트로 짓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 의무 조항을 삭제해 목조 아파트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목구조 공동주택 층간 바닥은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 의무 사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새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건설기준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두께 210㎜ 이상의 콘크리트 슬래브를 바닥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층간소음 방지 기준을 만족할 수 있다.

목구조로 된 공동주택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법개정으로 콘크리트 슬래브 말고 다른 소재를 써도 층간소음 성능 기준(경량충격음·중량충격음)을 49㏈ 이하로 충족시키면 건설기준이 통과된다.


목조 건물은 19세기 이후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밀려났다.

철근은 당기는 힘(인장)에 강하지만 부식이 잘 되고,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압축)에 강하고 인장에는 약하다.

뼈대인 철근을 콘크리트로 감싼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두 재료를 동시에 사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했다.

목조 건물보다 화재에도 강하다.


철근 콘크리트는 150여 년간 건축의 주요 방식이었지만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해 최근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가 철근콘크리트 건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층 목조건물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됐다.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효과가 높고 건물 에너지 소모량도 줄어든다.

불에 타기 쉽고, 외부 힘에 약하다는 목재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까지 개발돼 주목받는다.


세계적으로 고층 목조건물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 밀워키 주상복합 건물 어센트(25층·86m), 노르웨이 미에스토르네 호텔(18층·84m) 등이다.

스위스는 100m짜리 주상복합, 호주는 183m 짜리 아파트를 목조로 추진한다.

이들 건물 대부분은 주 기둥이나 수평보 같은 핵심 구조물은 목재이지만 단열재, 충진재, 연결부 등 10~30%는 다른 재료를 넣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건설업계도 건축 다양성과 친환경 건축물 활성화 측면에서 정부 조치를 환영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도 올해 연구과제 중 하나로 ‘탄소중립 단지 구현을 위한 아파트 목조화 방안’을 잡았다.

아파트 목조화 연구는 처음이다.

최대 12층 규모의 목조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LH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목조산업 현황과 기술 수준, 목조 아파트의 기술·제도적 한계 검토 및 활성화 과제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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