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묶이는 돈'인 정기 예·적금 인기가 시들해지는 대신 수시로 입·출금해 '투자 대기처'가 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여기에서 빠져나간 돈 중 상당액이 요구불예금으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수신액을 분석한 결과, 3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월 대비 5.5% 증가했다.

2월에도 요구불예금은 전달보다 4% 늘었다.

2~3월 두 달 새 요구불예금은 57조원, 10%가량 증가했다.


반면 만기 전에 해약하면 금리 손실을 보는 정기 예·적금 상품은 인기가 다소 내려갔다.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잔액은 31조3727억원으로 전월 대비 5.6% 감소했다.

2월에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대거 몰리면서 적금 잔액이 33조2204억원으로 전달보다 28.5%나 줄었는데, 3월에도 추가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그나마 1월과 2월에 늘어났던 정기예금 잔액은 3월에 1.5% 감소하면서 873조3761억원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것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증시 등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투자를 위한 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은 연초 1비트코인당 5000만원대에서 3월 들어 1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해외 증시는 미국, 일본 등의 주가지수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개인투자자는 해외 증시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미국 주식을 19억2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 일본 주식을 1억7000만달러(약 2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월부터 본격 만기가 도래한 청년희망적금 일부가 요구불예금으로 흘러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들은 이 같은 현상을 감안해 수신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신한 청년도약플러스 적금' 신상품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청년도약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해당 계좌에 청년희망적금 만기 수령금을 일시납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만기는 1년이며 기본금리 연 4%에 만기 시까지 청년도약계좌를 보유하면 우대금리 1%포인트를 추가로 줘 연 5%를 제공한다.


또 은행들은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 수요가 몰리는 파킹통장에 고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일시적이나마 몰리는 돈을 잡기 위해 경쟁에 들어갔다.

SC제일은행은 이달 30일까지 영업점에서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에 3000만원 이상, 최대 20억원 한도로 가입하는 첫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가입일로부터 최장 60일 동안 매일 잔액에 대해 연 3.5% 특별금리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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