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70년 이상 함께 해왔던
고려아연을 상대로 동맹관계를 깨는 표 대결을 선언한데다, 근로자 사망사고가 일어난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업계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 5분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 제1공장 냉각탑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 중이던 A씨(52)가 낙하물에 부딪혀 숨졌습니다.
이날 사고는 A씨가 냉각탑 내부를 청소하기 위해 투입됐는데, 브레이커 작업 도중 석고와 충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119의 조치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영풍 관계자는 "현재 노동당국에서 정확한 사고원인 등을 조사 중에 있다"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12월에도 아르신 가스 유출로 4명의 사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하청업체 직원이 작업 중 낙하물에 맞아 숨지면서 영풍의 안전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석 달 만에 다시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감독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일부 시민단체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근로자 안전사고에 대해 영풍그룹의 실질적 사주인 오너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매입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근로자 안전을 위한 재원을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오너 일가 지분매입에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그룹의 장형진 전 회장과 그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은 계열사 씨케이, 에이치씨,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등을 통해 2023년 한 해에만
고려아연의 지분 약 2천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근로자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간에도 장 씨 일가는 개인회사 등을 통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섰던 것으로 보입니다.
영풍 장씨 일가의 회사로 알려진 씨케이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6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했습니다.
특히 근로자가 사망한 12월 9일 이후 불과 3일이 지난 12월 12일 또다시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영풍의 경영진이 근로자 안전이나 사건수습보다는
고려아연 주식매입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포제련소 사고와 근로자 안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 영풍과 장 씨 일가의 관심은
고려아연 지분매입에 더 가 있는 것 같다"며, "영풍 경영진이
고려아연 지분매입에 재원을 투입할수록 근로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지난 1949년 장병희와 최기호, 두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설립한 이후 장 씨 가문은 석포제련소를, 최 씨 가문은 온산제련소(
고려아연)을 각각 운영하며 동업을 이뤄왔습니다.
상대 일가의 계열사 주식 보유도 이 관계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이익이 오르면 단일 최대주주인 장씨 가문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데서 평행선이 무너진 모양새입니다.
고려아연이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장씨 측이 배당 정책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입니다. 신사업은 대규모 투자를 뜻하고, 이는 순이익 감소로 배당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투자 업계 전문가는 “장씨 일가의 지분매입에 영풍,
코리아써키트,
시그네틱스 같은 상장사 자금이 동원된다면, 그 피해는 해당 기업이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말했습니다.
[sally39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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