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낸 정재룡(77)씨가 장편 연애소설 '오로라와 춤을'을 출간했습니다. 정다경이라는 필명으로 나온 이 소설은 희수를 맞은 작가가 쓴 첫 소설로 사랑에 대한 정열과 더불어 현대적인 연애관을 한·미·일 등을 종횡무진하며 국제 무대를 배경으로 잘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지인들의 사소한 연애사에도 무심하지 않았다는 정 작가는 숙제를 마친다는 마음으로 집필에 몰두해 3년만에 작품을 완성했다고 전했습니다.

도서 '오로라와 춤을'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당장 사랑에 나서야 한다'는 명제를 일깨우는 소설입니다. 통계자료는 없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장편 연애소설 중 최고령자가 낸 작품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 시절 미팅에서 만난 남녀가 40년에 걸쳐 2번의 이별 끝에 3번째 만남을 이어갑니다. 20대의 풋풋한 사랑은 60대에 이르러서도 그 팔팔한 가슴 뜀을 잃지 않습니다.

소녀가 좋았으면서도 솔직하지 못했던 남자. 그로 인해 그는 40년 동안 그녀를 잊지 못하고 갈구하는 형벌(?)에 처해집니다. 청년이 마음에 들었지만 수동적이었던 여자. 그로인해 그녀는 수녀가 되었고 가족과도 멀어집니다.

서로 사랑했지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부족했던 남녀. 당시 보수적인 시대 상황의 영향이 컸지만, 그 피해는 온전히 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결국 남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를 사귑니다. 그들은 과연 그런 사랑에 만족할 수 있을까?.

수십 년의 세월도, 각자에게 주어졌던 처지도 이들의 사랑을 막진 못했습니다. 상대의 얼굴마저 잊었던 남녀는 옛 기억을 좆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수년간 사랑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다시 이별의 아픔을 겪습니다.

남녀는 결국 40년을 돌아 재결합을 앞두게 됩니다.

작가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우직하게 주제를 밀어 붙입니다. 구시대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지만 파격적인 결말은 현대적이고 친여성적이기도 합니다.

남성 작가의 입장에서 이 소설은 일종의 헌화가(獻花歌·신라향가)로, 한 여성을 향한 지고지순의 순애보, 여성에 대한 찬가로 읽힙니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 정다경은 1971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줄곧 공직을 맡아 재정경제부 차관보, 통계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상명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습니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부실채권 정리' '부실채권 정리제도의 국제 표준화' '불량채권지처리(不良債權之處理·대만 출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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