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믹스'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면서 가상화폐의 '증권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볼 것인지는 지난 몇 년간 가상자산시장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전 세계 투자자가 '리플'이라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미국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성 판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위믹스 사태를 계기로 이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8일 기준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200조원, 이 중 한국 시장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상화폐가 증권으로 판단되면 현재 주식시장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지만 이번 위믹스 사태를 보면 '증권'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업비트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위믹스를 상장폐지한 이유로 '실제 유통량과 공시한 공급량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특정인 발언에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는 점, 주식처럼 상장폐지 제도가 있는데 투자자 보호 조치는 전무하다는 점 등도 증권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꼽힌다.


특히 사소한 공지나 특정인의 한마디에도 가격이 급등락한다는 점이 문제다.

28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올해 하반기 공지사항 97개를 분석해본 결과 69개 공지사항이 나왔을 때 해당 코인의 변동폭이 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97개 공지사항 중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등 해당 코인의 호재에 해당하는 소식은 24개에 불과했다.



위믹스 가격 추이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위믹스는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다.

매일경제가 올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주요 언론이나 위메이드의 기업설명회에서 언급한 주요 발언 11개를 살펴본 결과 위믹스 가격이 10% 이상 변동한 것은 7번이나 됐다.

특히 장 대표가 위믹스의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했을 때에는 가격이 30% 이상 올랐다.


이 같은 가격 변동은 위믹스가 증권이라는 논거가 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봐도 그렇다.

미국 대법원에서는 하위 테스트 네 가지 기준에 해당할 경우 투자로 보고 증권법을 적용하도록 한다.

가상자산에 대해 SEC가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쓰인다.

하위 테스트는 총 4가지 조건으로 구성된다.

그중 네 번째 조건이 '수익은 투자자 자신의 노력이 아닌 제3자의 노력 결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위믹스의 경우 코인 자체 성과는 올해 다소 부진했다.

장 대표가 올해 초 '위믹스 플랫폼에서 100개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말했지만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은 21개뿐이다.

위믹스의 자체 블록체인을 뜻하는 메인넷도 애초 목표인 지난 7월보다 4개월 늦은 10월 말에 가동됐다.

장 대표의 발언만으로 가격이 변동했던 셈이다.

하위 테스트상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문제는 올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 '루나 사태'를 일으킨 루나의 경우도 검찰이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범죄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인은 아니지만 지난 4월에는 뮤직카우 발행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금융위원회에 의해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도 올해 말을 목표로 증권형 토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은 코인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한계가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규제 공백과 관련해 이번 위믹스 사태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투자자는 "위믹스 사태는 주식을 마음대로 찍어내 시장에 내다 팔고는 '처벌 기준이 없으니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렇게 투자자 보호 조치가 전무한데 어떻게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모 법무법인 변호사는 "현재 주식시장 규제를 그대로 가상자산시장에 적용하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코인이 상장폐지돼야 할 판"이라며 "그동안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는데, 가상자산시장에 맞는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이날 발표한 공동입장문에서 "닥사는 시장 모니터링 과정에서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아닌 위기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공동 대응 사안으로 판단하고 논의를 개시한다"면서 "결국 (위믹스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시장 신뢰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타당하다는 각 회원사의 일치된 결론에 따라 이번 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위메이드는 전면전을 예고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상장폐지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제소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장폐지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가상자산 거래소와 같은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행사에 참석한 이 원장은 "FTX 등 최근 가상자산발 사태는 엔론과 유사한 것 같다"며 "위믹스 유통 물량 불일치 문제는 자본시장 개념으로 따지면 공시한 '발행' 주식 수와 '유통' 주식 수가 일치하지 않는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엔론 사태는 대표적 회계부정 사례로 미국 7대 기업이었던 엔론이 손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이 적발된 사건이다.


[최근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