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연합(EU)으로 화석연료를 팔아 받은 금액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방 제재 등으로 수출 물량은 줄었지만 전쟁 여파 등으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가 세계 각국에 석유, 가스, 석탄을 수출해 벌어들인 금액이 전쟁 시작 후 2개월간 620억 유로(약 82조9천억 원)에 달한다고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기간 대(對)EU 수출액은 440억 유로(58조9천억 원) 규모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EU의 연간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액은 약 1천400억 유로(187조5천억 원)로, 한 달 평균 약 120억 유로(16조700억 원) 꼴이었습니다.

최근 2개월간 EU의 월평균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액 220억 유로(29조4천600억 원)를 작년 월평균치와 비교하면 82% 급증,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서방국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줄을 죔으로써 이득을 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시장 지배력을 고려하면 연료 공급 중단은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습니다.

CREA에 따르면 4월 1~3주 외국 항구로의 러시아산 원유 수송량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1월, 2월보다 30% 감소했습니다.

EU가 제재 등으로 압박해도 러시아는 높은 에너지 가격 덕분에 국영 기업들을 통해 막대한 전쟁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고 있습니다.

CREA는 "에너지 판매로 얻은 현금이 푸틴의 전쟁을 떠받치고 있다"며 "러시아의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것은 국제법을 참혹하게 위반한 러시아군에 공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끊는 등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은 27일 두 나라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며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결제에 동의할 때까지 공급 중단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U는 루블화로 러시아산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회원국에 권고하며 맞대응에 나섰지만, 유럽 일부 기업들이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거나 러시아 계좌를 개설하는 등 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송재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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