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 제재 방안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범하면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금융망 접근을 차단하는 금융 통제와 반도체 등 전략 물자 수출 통제 등 전방위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재 인사 명단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포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강력한 제재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습니다.

EU도 제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미국과 공조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EU 27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한 독일은 미국의 주요 제재 방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금융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반드시 가장 날카로운 칼은 아니다"며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시스템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앞서 독일 언론은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 중 하나인 국제금융망 퇴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금융망 차단은 제재 리스트에 계속 올라있다면서 이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독일은 또 러시아 제재로 자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을 못 하는 사태를 우려해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독일은 러시아의 2대 교역국이고 러시아 천연가스에 에너지 자원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일 뿐 아니라 다른 EU 회원국들도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과 스위프트 문제에 대해 EU 회원국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러시아 제재 문제에 대한 EU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유럽 지역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여기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공급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하고 이에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며 유럽을 압박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와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천연가스 물량을 파악 중"이라며 "유럽이 겨울과 봄을 날 수 있도록 충분한 대체 공급망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송재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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