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업체 직원 중장비에 끼여 숨져…최정우 회장 사과

오늘(20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포스코와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작업에 참여한 용역업체 삼희이앤씨 소속 A(39)씨가 중장비에 끼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후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A씨는 포스코와 단기계약을 맺고 입사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신입직원이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포스코지회 등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7분쯤 스팀 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A씨는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공장에서 장입차(유연탄 운반차)와 충돌한 후 장비와 벽체 사이에 끼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장입차는 쇳물 등을 만들기 위해 야적해놓은 원료를 제철소로 옮기는 장비로, 무게가 30t(톤)에 이르는 중장비입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A씨를 포함한 7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A씨는 현장에서 '안전지킴이'라고 불리는 역할을 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사고를 당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동료 직원들에게 발견됐습니다.

A씨는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날 오전 10시43분쯤 결국 숨졌습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근로자 사망사고에 포스코측은 즉각 최정우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7일부터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일주일여 남기고 또 다시 작업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겁니다.

포스코측은 '포항제철소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18줄 짜리 사과문을 통해 "불의의 사고로 인해 희생된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회사를 지켜봐 주시는 지역사회에도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재발방지와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2월8일 포항제철소에서 크레인을 정비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설비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 때도 최정우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고개를 숙인지 한 달여 만인 지난해 3월16일, 포항제철소 하청업체 직원 한 명이 또 다시 장비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최근 4년 새 포스코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수는 하청업체를 포함해 24명에 이릅니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3년간 5차례나 발생한 산재를 제때 보고하지 않아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사업장으로 처벌받았으며, 작년 초 포항제철소에서 연이어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자 특별 감독을 받은 결과 225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스코가 받은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지적사항은 총 7천143건에 이릅니다.

한편, 최 회장은 올 초 포스코그룹 신년사에서 "모든 업무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강조한 신년사를 낸지 채 20여일도 안돼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재차 발생하면서 이같은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결국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이 인재(人災)를 키우며 근로자의 안타까운 목숨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 이명진 기자 / pridehot@mk.co.kr ]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