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폐색 환자에 부작용 유발 약물 투여 숨지게 한 의사, 집행유예 감형

장폐색 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대장정결제를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 된 의사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장재윤 부장판사)는 오늘(13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 정모(42)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정씨는 1심에서 법정구속 됐지만 보석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료 의사 강모(36)씨에게는 1심과 같이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고령이었던 점, 피고인들이 전문직업인이고 기혼자로서 가정을 가진 사정 등을 고려해서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문가인 의사가 진료를 그렇게 소홀하게 해도 괜찮은지 의심스럽다"며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정씨 등이 임상진단 결과를 토대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의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피해자의 장폐색 소견을 알면서도 대장정결제를 점진적으로 투약하거나 부작용 여부를 살피는 등의 진료를 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씨와 강씨는 2016년 대장암이 의심돼 입원한 환자 A씨에게 내시경 검사를 하기 위해 대장정결제를 투여해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8년 1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의 주치의였던 강씨는 임상 조교수인 정씨의 승인을 받아 대장정결제를 투여했는데, 이 약은 장폐색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 원칙적으로 투여가 금지됩니다.

검찰은 A씨가 당시 이미 장폐색 의심 증상을 보였는데도 복부 팽만이나 압통이 없으며 대변을 보고 있다는 등 이유만으로 정씨와 강씨가 대장정결제 투약을 결정한 것이 과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정씨에게 금고 10개월의 실형, 강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 송재원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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