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전두환 발인식서 "남편 대신 사죄"…41년만의 '15초 사과'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와 유가족들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씨 부인 이순자 씨가 오늘(27일) "장례식을 마치면서 가족을 대신해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씨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유족 대표로 나와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전씨 측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 이후 41년여만에 이번이 처음입니다.

5일장을 치르는 동안 취재진이 이씨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5·18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입장을 거듭 물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시신 화장 직전에 이르러서야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씨는 미리 종이에 써온 추도사를 3분 15초가량 읽던 도중 15초 정도 사죄의 뜻을 밝혔습니다.

나머지는 비통한 소회를 털어놓는 데 주로 할애했습니다.


이씨는 "남편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 장애와 인지 장애로 고생하던 중 금년 8월에는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암 선고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힘겹게 투병 생활을 인내하다가 11월 23일 아침 제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쓰러져 저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다"고 전씨의 사망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그는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 했던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참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은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했다"며 "또 화장해서 북녘 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도 하셨다"고 유언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닥친 일이라 경황이 없던 중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장례를 무사히 치르게 됐다"며 "이제 남은 절차에 대해서는 우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장성한 자녀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눠 남편의 유지를 정확하게 받들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장례기간 동안 경황이 없어 조문온 분들께 미처 예를 다하지 못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그리고 장례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습니다.

[ 진현진 기자 / 2j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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