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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교 보내고 엄마는 `라이더`로 변신, "조각케이크·홈트용품…배달 안되는 건 없죠"
기사입력 2020-09-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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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달앱 시장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에서 최장수 여성 라이더로 활동 중인 조영은 씨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배민라이더스 중부센터에서 주문 콜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일반 회사에서 사무직 근로자로 일했다.

결혼 후 아들, 딸 하나씩 낳고 주부로 지내다 2018년 3월 배달의민족에 취직해 2년6개월째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배민 라이더 가운데 최장 근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친오빠 권유로 20대 때부터 오토바이를 즐겨 타온 것이 라이더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아르바이트와 달리 시간·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 그가 꼽은 라이더의 장점이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 있는 낮 시간에 3~4시간씩 라이더로 일한다.


코로나19와 연관된 키워드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달음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이란 잠들기 전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시켜먹는 요깃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삼시 세 끼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클릭 몇 번만으로 국·탕·찌개부터 각종 반찬, 회, 파스타, 분식, 커피·디저트류 등까지 뭐든 편히 즐길 수 있다.

배달음식 없는 식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요즘, 먹거리만큼이나 '라이더'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특히 최근 들어 라이더를 둘러싼 뜬소문이 난무하고 있어 그들이 실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업무 만족도는 높은지, 시간 활용은 정말 자유로운지, 그 외 불만사항은 없는지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많다.

라이더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에서 가장 오랜 기간 워킹맘으로 활동 중인 조영은 씨(40)를 만나봤다.


―어떤 계기로 라이더 일을 시작하게 됐나. 젊었을 때 오토바이 관련 직종에서 근무했나.
▷전혀 아니다.

20대 때는 일반 회사에서 사무직 근로자로 일했다.

이후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 2012년에 아들, 2014년에 딸을 낳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업주부가 됐다.

그러다 큰 애가 일곱 살, 작은 애가 다섯 살 되던 해인 2018년 3월부터 배달의민족에서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현재 활동 지역은 서울 종로구와 중구다.


라이더가 된 데는 오토바이를 좋아했던 친오빠 영향이 컸다.

2007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그때 오빠가 오토바이 타볼 것을 권유했다.

당시만 해도 125㏄ 이하 오토바이는 자동차 운전면허만 가지고도 몰 수 있었다.

재미를 붙인 뒤부턴 개인 오토바이도 한 대 장만했다.

결정적 계기는 어느 날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여성 라이더가 가져다주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으면서다.

마침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오전에 시간이 남아 지원하게 됐다.


―지원 자격은 따로 있었나.
▷2018년 초반만 해도 배달시장이 막 커지기 시작할 때라 별다른 조건이 없었다.

일할 의사를 밝힌 지 일주일 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됐다.

지금은 라이더가 되려면 대면교육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요즘엔 맥주, 소주 등 주류도 배달 가능한 구조다 보니 본사 차원에서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을 고지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는 듯하다.


여러 플랫폼 중에서도 배달의민족을 선택한 건 당시 라이더에 대한 지원책이 후했기 때문이다.

헬멧 등 필수품을 전부 제공해줬을 뿐 아니라 오토바이도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당시 배달의민족 서울 중부센터가 퇴계로5가에 위치해 있어 집과 가까웠던 것도 좋았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각각 보내고 뒷정리까지 마치면 오전 10시쯤 된다.

그럼 11시에 출근하는데, 가끔 집안일이 빨리 끝나면 더 일찍 나오기도 한다.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30분쯤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이 어려서 오후 3시에 퇴근했는데 점점 시간 여유가 생겨 이젠 1시간~1시간30분 정도 더 일하다 들어간다.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정도다.

한 가지 신기한 건 퇴근하려고 마음먹으면 주문 콜이 몰린다는 점이다.

놓치기 싫어서 한두 건 더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서 빨리 집에 오라는 독촉 전화가 걸려온다(웃음).
―처음에 라이더 일을 시작할 때 최장수 타이틀을 예상했는가. 배달 일은 어떤 매력이 있나.
▷무엇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일반 아르바이트는 시간과 수당 등이 정해져 있는 데 비해 배달 일은 일주일 혹은 한 달 단위로 최소 몇 시간씩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언제든 편한 때에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출근을 못해도 아무 지장이 없으니 만족할 수밖에 없다.

몸 컨디션이 나쁘면 지역센터 당직 매니저에게 알린 뒤 하루 이틀 쉴 수도 있다.

업무는 라이더 전용 앱을 켜는 것으로 시작한다.

중간에 은행에 들러야 할 일이라도 생기면 그동안만 앱을 꺼두면 된다.

특정 장소에 얽매일 필요 없이 그때그때 이동해서 잡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그동안 일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주위 동료들 얘기를 들어보면 업소 사장이나 고객과 다투는 사례도 있던데,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일하는 시간대가 낮이다 보니 점심식사나 디저트 위주라 손님과 마주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주류도 몇 번 배달해봤지만 별 문제 없었다.

낮에 모텔로도 음식을 종종 배달하러 가는데, 가운만 걸치고 나와 후다닥 받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팬티 차림으로 맞이하는 분도 있고(웃음).
물론 위험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오토바이 타는 시간이 길다 보니 도로에서 일어나는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도로 경사가 가파르거나 심하게 구부러진 곳에서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서울 중구 약수동, 종로구 창신동 일대가 라이더들 사이에선 험난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뱀이 또아리를 튼 것처럼 굽이진 언덕을 오토바이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길을 잘못 들어 그곳으로 갔다가 중간에 어깨에 담이 심하게 온 적이 있다.

근처에 사는 라이더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해 겨우 빠져나왔다.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워낙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해서 남편은 "한번 해봐"라며 응원해줬다.

다만 이렇게까지 오래할 줄은 몰랐다고(웃음). 딸은 길거리에서 오토바이에 달린 민트색 배달통만 보면 반가워한다.

"엄마, 저 라이더분 알아?" 하면서 묻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 가 있는 동안 일하는 거라 놀아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일전에 한번은 배달 주문이 몰리는 저녁시간에 가족끼리 집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엄마가 갔다 올게"라고 하고 직접 가지고 온 적도 있다.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도 무척 좋아했다.


―2년 전과 비교해 배달음식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었나.
▷과거엔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밥 종류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샐러드나 커피, 디저트류를 주문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유롭지 않다 보니 밥부터 간식까지 모두 배달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 같다.

배달 가능한 음식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업무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커피는 편의점 RTD(Ready To Drink) 제품과 달리 완전 밀봉 형태가 아니라서 액체가 밖으로 새어나오기 쉽다.

또 매우 뜨겁다 보니 뚜껑을 닫아놓으면 내부 기압이 마구 팽창해 운전을 살살 할 수밖에 없다.

조각 케이크도 자주 나르는데, 모양이 망가질 수 있어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배달하기 가장 까다로운 음식은 무엇인가.
▷피자다.

피자는 플라스틱 지지대가 가운데 꽂혀 있어도 조금만 방심하면 모양이 쉽게 흐트러진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피자 나를 때 모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 거의 굼벵이 수준으로 살살 몰았던 적이 있다.

걸어가던 사람보다 속도가 느려 혼자 민망해했던 게 기억난다.

요즘엔 생수도 B마트(배달의민족에서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일반 소매점이나 편의점 대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배송하는 서비스)에서 많이 팔리는데, 부피가 크고 무게도 엄청 나서 나르기 만만치 않다.


―'이것도 배달해봤다'고 소개할 만한 이색 제품이 있나.
▷B마트에는 별별 제품이 다 있다.

그래서 가끔 독특한 물건을 배달하기도 한다.

최근 한 고객이 B마트에서 5만원짜리 제품을 주문했기에 음식 값으로 생각하고 '엄청 무겁겠다' 싶었다.

근데 실제론 너무 가벼웠다.

알고 보니 단백질 보조제 하나였던 것이다.

홈트족(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확실히 다이어트 식품이 잘나가는 추세다.

언제 한번은 성인용품도 배달한 적 있다.


―올여름 유난히 장마가 길었고 태풍도 연이어 몰아쳤다.

날씨 때문에 힘들진 않았나.
▷장마가 가장 심했던 7월 말~8월 초에는 아이들 방학 기간이라 일을 하지 않았다.

8월 1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는데 사실 그 뒤에도 비가 자주 내려 고생을 좀 했다.

아무리 우의를 입어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비가 들어오니까 옷이 다 젖는다.

또 도로가 미끄럽고 사이드 미러도 잘 안 보이니까 운전할 때 온몸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한번은 도로 표면이 고르지 못해 물 웅덩이에 오토바이가 빠진 적 있는데 깊이가 30㎝나 돼 아찔했다.


―라이더 업무 환경과 관련해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코로나19 여파로 본사에서 마스크를 나눠줬는데 중부센터에 가야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불편했다.

집에서 망원동에 위치한 센터까지 가려면 오토바이로 1시간 정도(편도) 달려야 하는데, 기름값이 만만치 않게 드는 데다 마스크 한 장에 포기해야 하는 주문 콜이 2~3건씩이나 되기 때문이다.

센터 위치가 역에서 가깝지도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실물보단 주급에 포함해서 돈으로 지원해주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언제까지 라이더로 일할 계획인가.
▷배달 업무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 조만간 오후 5~7시까지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시간대가 하루 중 배달 주문이 가장 몰리는 때라 돈 벌기 좋다(웃음). 다만 최근에 생긴 오토바이 렌탈비 때문에 배민커넥트(라이더가 아닌 일반인 중에 도보, 전동퀵보드, 자전거 등 이동 수단을 활용해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사람)로 전환할지 라이더로 남을지 고민 중이다.

배민커넥트는 일주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20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본사에 렌탈비(매주 8만3300원)를 내지 않기 때문에 고정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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