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항공박물관장 전용 ‘초호화 화장실’…공사비만 2억, 예산 낭비 논란

신축 건물에 철거비 1억원 등 2억원 들여 고급 좌변기·샤워시설 설치
임원 지인 관련 업체와 편법 쪼개기 수의계약 의혹도
박물관 측 “예산 넉넉하지 않고 개관 초기라 미숙한 부분 많다”
김포공항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 전경. (사진 =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김포=매일경제TV] 최근 김포공항에 개관한 국토교통부 산하 국립항공박물관이 설립 초기부터 예산 낭비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매일경제TV 취재를 종합하면, 항공박물관은 최정호 초대 관장의 전용 화장실과 샤워시설 설치를 위해 약 2억원의 예산을 썼습니다. 공사비에는 철거비도 약 1억원이 포함됐습니다.

항공박물관은 또한 멀쩡한 새 회의실을 뜯어내고, 응접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물관이 유료로 운영하는 항공레포츠 등 체험시설은 총 5개로 1인당 1만8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화장실 공사비를 메꾸려면 모든 체험시설을 5000번 운영해야 가능한 큰 액수입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용 화장실이 외부에 있지만 방문 손님 편의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세면 시설을 확장한 것”이라며 “항공 산업과 한국적 이미지를 고려해 홍보 목적으로 인테리어를 한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립항공박물관이 2억원 예산을 들여 관장 전용화장실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하지만 박물관 측의 해명과는 달리 이번에 새로 지은 화장실과 기존 공용화장실은 벽 하나 사이를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홍보 목적으로 설치했다는 인테리어는 한국적 이미지와 전혀 관련이 없고, 외부 손님이 와서 샤워를 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사 업체 선정과정도 미심쩍은 부분이 확인됐습니다.

관련법상 계약금액 2000만원이 넘으면 공개 입찰이 원칙이며, 5000만원을 초과하면 조달 입찰방식을 채택해야 하는데 항공박물관 측은 이 절차를 무시하고 ‘쪼개기 방식’으로 수의계약 처리했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시공업체 선정은 박물관 A임원 소개로 이뤄졌습니다.

최정호 박물관장에게 직접 입장을 들으려고 시도했지만, 취재가 진행된 이틀 내내 외부업무와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워 통화를 할 수 없었습니다.

박물관 측은 “올해 3월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국토부로부터 9개월치 예산을 받아 운영을 하느라 예산이 넉넉하지 않고 개관 초기라 미숙한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항공박물관은 개관 준비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당초 계획보다 예산·인력 규모를 20~30% 줄였습니다. 당초 기본계획에 따라 내년 공공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예산규모를 현재 93억원에서 200억원, 인원을 83명에서 130명까지 늘려야 합니다.

추가 예산 확보 등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란 상황에서, 박물관장 개인 편의를 위한 시설 개보수에 돈을 펑펑 쓴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입니다.

[손세준 기자 / mkssejun@mk.co.kr]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