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유암코의 '세하 짬짜미 매각' 의혹…구조조정 첫 자금회수부터 삐걱…"인수 가격 상향조정 요청하더니 프로그레시브 딜 아니라고"

【 앵커멘트 】
재계에서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게 백판지 제조사 '세하'는 효자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유암코는 지난 2013년말 세하를 인수한 뒤 실적 개선이 이어지자 지난해말 세하 매각작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유암코는 세하 매각 과정에서 커지고 있는 짬짜미 의혹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불과 세하는 유암코에게 2개월만에 백조에서 미운오리새끼가 된 것인데요.
더욱이 세하 매각은 유암코가 구조조정 부문에서 자금회수에 나선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짬짜미 매각 의혹은 향후 기업금융(IB)시장에서 유암코의 신뢰 추락은 불가필 전망입니다.

무슨 사연인지 김용갑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백판지 제조업체 3위 세하를 품기 위한 매각 절차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유암코와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6일 세하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제지 컨소시엄을 선정했습니다.

이번 매각은 유암코가 보유한 세하의 지분 71%와 503억 원 규모의 채권을 넘기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입찰 과정에서 '프로그레시브 딜' 적용을 놓고 잡음이 나왔습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입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붙여 매각 금액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인수 후보 가운데 한 곳이던 범창페이퍼월드 고위 관계자는 "프로그레시브 딜로 진행이 됐지만 더 낮은 가격을 써낸 곳이 우선협상대상에 선정됐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세하 매각의 본입찰은 지난 5일 진행됐습니다.

이후 14일 주관사인 삼일은 범창페이퍼 컨소시엄 측에 가격을 더 올릴 의사가 있는지 물었는데, 이를 두고 범창 측은 프로그레시브 딜이라고 주장합니다.

본입찰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3주간의 시간이 걸렸고, 이 기간이 후보자들에게 가격을 올릴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범창페이퍼 측은 21일 본입찰 보다 115억 원 높인 1천80억 원의 인수가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유암코 측은 프로그레시브 딜 자체를 추진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암코 관계자는 "인수가격 상향조정 의사를 물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한국제지와의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프로그레시브 딜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제지 측에도 인수가 상향 의사를 묻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매도자나 인수자나 찜찜한 상황.

유암코와 삼일회계법인이 세하 매각 과정에서 보여준 아마추어식 행태는 두고두고 기업금융시장에서 회자될 전망입니다.

유암코와 삼일회계법인 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TV 김용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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