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M M-PRINT GFW CITYLIFE LUXMEN 매경이코노미 MBN골드 MBN 매일경제
로그인|회원가입 |시청자 게시판
종목검색
  • 종목검색
  • 통합검색

헤드라인

광고
프로그램 바로가기
프로그램 바로가기 닫기
가나다순 카테고리순
> 뉴스 > 기사
기사목록|||글자크기 
[더 테이블] 런던유기농매장 갔더니 ’김치주스’가…
기사입력 2020-01-18 13:00
  • 기사
  • 나도 한마디
공유하기 
며칠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족 휴가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중심가에 위치한 한 스페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쌀 요리가 나왔다.

조갯살이 들어가 짭조름하면서 감칠맛 넘치는 해물 국밥 요리는 한식을 연상시켰고, 그 위에는 김치맛 마요네즈가 올려져 있었다.

그 레스토랑의 또 다른 음식에서는 요즘 우리 식탁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실고추가 올려져 있었다.

영락없는 한국식의 정갈한 마무리 고명 모습 그대로였다.


수년 전 바르셀로나의 'Disfrutar'라는, 분자 요리 기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 들렀을 때에도 재미있는 음식이 하나 올라왔다.

김부각처럼 얇고 바삭한 튀김인데 김 대신 잔멸치가 붙어 있었고 초록색의 동글한 무언가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한입 베어 물었더니 바다의 향이 물씬 올라왔다.

이 초록색의 정체가 무엇일까 곰곰이 살펴보니 어렸을 적 부산에서 먹던 김치에서 보았던 청각과 비슷했다.

정통 부산 김치 특유의 시원함은 이 청각에서 나온다.

'아냐. 스페인에서 웬 청각?'이라고 생각하다가 호기심에 스페인인 직원에게 이 식재료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한국에서 건너온 해초"라고 답했다.

그리고 정확한 발음으로 '샘표'란 곳에서 이 식재료를 공급받았다고 했다.


올해 다시 찾아간 Disfrutar에서는 말랑하고 시커먼 무 덩어리 같은 음식을 내면서 '한국식 슬로 쿠커로 조리한 셀러리 뿌리'라고 했다.

맛을 봤더니 뿌리가 부드럽게 캐러멜라이즈되어 있어서 독특한 향이 느껴졌다.

식사 후 '한국식 슬로 쿠커'가 뭔지 궁금하다 했더니 주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세상에! Disfrutar 주방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오쿠'에서 만든 국산 약탕기였다.

우아하게 들리는 '캐러멜라이즈'된 셀러리 뿌리는 실은 약탕기로 뽑은 한약 맛이었다.

한식 세계화의 새로운 국면을 이 혁신적 주방에서 발견했다.


또 지난해 영국 런던의 한 유기농 전문 매장에 갔더니 정통 평택 스타일 김치를 표방하는 'Yumchi Kimchi(염치 김치)'가 매대에 올려져 있었다.

영국 현지 생산 김치였다.

옆 매대에는 김치 소스가 마치 핫소스처럼 병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으며, 인근 홀푸드마켓에서 판매 중인 '김치 주스'를 사서 마셨더니 우리가 아는 맵고 시뻘건 배추김치 국물 그대로였다.

이걸 주스로 마시다니, 약탕기급 충격이었다.

얼마 전에는 국내 한 스타트업이 제조한 김치 파우더가 인도에서 열린 SIAL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혁신 식품상을 수상했다.

샐러드에 이 파우더를 뿌리면 간단한 겉절이가 되고, 고기에 찍어 먹으면 멋진 바비큐 시즈닝이 되는데, 미국 아마존에서 완판되었다.

이렇게 한식은 그들의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역 무침을 샐러드로 먹는 것은 건강과 환경에 관심 많은 파리지앵들 사이에선 이미 유행이 되었고, 전남 완도가 그 중심에 서고자 하고 있다.

충남 서산 감태는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김을 대체하는 최고급 식재료로, 강원 평창 산초 장아찌는 프랑스 정상급 셰프들 사이에서 캐비아 대신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달아오르고 있는 '한식 세계화'는 각국의 기성세대가 아닌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류에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BTS가 먹는 김치를 나도 먹어 보겠다는 식이며, 부모들이 그 자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식을 따라 먹는 등 '젊은 음식'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중식, 일식, 태국식의 확산과는 그 전개가 사뭇 다르다.


한식 세계화의 가치는 '한식의 위대함'을 알리는 것도 아니고, 우리 농산물의 수출도 그 핵심이 아니다.

햄버거 체인, 피자 체인, 중국 음식 체인 등 모든 것이 단순 획일화돼 따분해지고 있는 전 세계인의 식탁에 새로운 활력과 다양성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 바로 한식이 전 세계와 인류에 기여하는 가치다.

다양한 식문화의 존재와 확산은 다양한 식재료를 필요로 하고, 이는 다양한 경작을 통해 '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만들며, 종 다양성 확보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중요한 길이 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겸 푸드비즈니스랩 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샘표 #강원
기사목록|||글자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