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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라이프] 먹고 마시는 것의 도시사회학
기사입력 2019-09-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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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처럼 강력한 사회적 행위가 또 있을까. 결혼식을 앞둔 남녀의 부모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일도 식사를 통해서이고, 환갑이나 칠순 때 가족이 모여 하는 일도 결국은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기업인들도 서로 좀 더 깊은 관계를 쌓기 위해 식사를 한다.

그러니 식음료를 즐기는 것이 사람을 잇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식음료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연결하는 최고의 아이템인 것처럼 유동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거리의 생애 주기 첫 단계가 바로 식음료 매장이다.

동네의 부흥은 먹고 마시는 것에서 시작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해시태그가 붙은 인스타그램의 음식 사진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니 식음료의 힘은 더욱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단연 음식이다.

식음료를 매개체로 인간의 물리적 만남을 뛰어넘는, 더 넓은 의미의 연결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창의적인 식음료 매장이 동네에 들어오느냐가 뜨는 동네 형성의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문제는 동네 발전의 생애 주기다.

식음료 매장으로 부흥한 동네는 그 동네에 들어오려는 임차인의 수요를 늘리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임대료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게 되면 업종 전환이 일어난다.

식음료 업종은 요리와 식사를 위한 체류 시간 때문에 지불할 수 있는 임대료의 한계가 뚜렷하다.

따라서 유동 인구가 계속 늘어나 임대료가 오르면 매장들은 판매 업종으로 바뀌게 된다.

생태계의 천이 과정처럼 동네 상권의 천이도 존재하는 셈이다.

의류와 신발 매장이 들어서게 되고, 화장품 매장까지 들어서면 동네의 천이가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

그러나 화장품 매장마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다음 단계인 명품 매장이라든가, 매출보다는 마케팅을 위한 플래그십 매장이 유치되는 상권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럴 만한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고민한다.

동네의 천이 현상, 즉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는 없을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늦출 수는 없을까? 건물주들이 중지를 모아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합의한다든지, 애초 동네가 뜨기 전에 건물주들을 협동조합 같은 형태로 동네 전체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는 접근방식 등이 제시된다.

식음료 매장이 오랫동안 버티고 있어야 동네의 다양성과 매력이 유지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그럼 인위적으로 식음료 매장을 되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명동 거리가 하나의 재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화장품 매장과 신발 가게, 패션 브랜드가 모여 있는 명동 거리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오는 때는 오후 3~4시부터다.

그때부터 밤 12시까지 거리에는 평상시에는 보지 못할 독특한 음식 가판대가 빼곡히 들어선다.

거리 활력의 관점보다는 상인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정책이긴 하지만 어디에서도 흔히 보지 못하는 창의적인 길거리 음식은 소셜미디어 공유를 부르며 동네의 활력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매년 공시지가 1위를 기록하는 등 동네상권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명동은 수많은 음식 가판대의 팝업으로 국내 대표 관광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각종 의류와 신발 매장 등 플래그십 매장 등으로 채워진 가로수길 중심가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시도도 식음료 매장의 부활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 강남구는 가로수길 건물을 공중에서 서로 연결하는 스카이로드를 만들어 식음료 매장을 다시 불러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층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면, 임대료가 싼 상층부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고, 그곳에 또 다른 거리를 만들어 먹고 마시는 재미를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도시를 만드는 이들의 역동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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