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사업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매장량을 부풀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회계용과 매각용 등 목적에 따라 평가를 달리한 듯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김용갑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 기자 】
지난 2015년 한국석유공사가 카자흐스탄 사업을 점검한 이후 만든 내부 문서입니다.

"제3자 매장량 평가를 통한 장부가액 현실화가 필요하다", "주기적 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누적된 손상을 일시에 인식해 공사 회계에 충격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 등 매장량 감소 요인을 적기에 객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공사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했지만,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일부 광구의 매장량을 재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2년 뒤인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제3자를 통한 재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재평가 결과, 2015년 경고대로 카자흐스탄 유전의 매장량은 1천334만 배럴 감소했습니다.

유가를 60달러로 가정하면 우리 돈 8천억 원 규모의 매장량이 줄었고,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뒤늦게 반영됐습니다.

▶ 인터뷰(☎) : 고기영 / 해외자원개발 혁신TF 위원
- "그동안 석유공사나 가스공사는 아전인수격의 기준을 가지고 매장량을 평가해왔던 게 많거든요. 매장량이 좀 있는 광구처럼 이야기를 해 왔는데 나중에 봤더니 별거아니더라…"

석유공사는 이처럼 매장량 감소요인을 알고도 고의로 매장량을 부풀렸다는 의혹 뿐만 아니라 입맛에 따라 매장량을 관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매장량 평가목적에 '회계 및 외부감사용'이라는 표현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매각협상용'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목적을 나눠 이중으로 매장량을 관리해놓은 듯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 인터뷰(☎) : 한국석유공사 관계자
- "평가의 목적에 따라 매장량이 달라지거나 그런 부분은 없고요. 단지 내부적으로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협상용도 될 수 있고 그런거지 매장량이 변경되는 건 아닙니다."

공사 측은 이중 관리 의혹에 선을 그으면서 매장량 평가에 대해서도 "카자흐스탄처럼 공시 의무가 없으면 자체평가를 하기도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매장량 관리 계획'에 따라 연1회 제3기관의 평가를 해야 하며, 그동안 평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고의적인 매장량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매일경제TV 김용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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