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대담]시중은행, 지방금고 쟁탈전…출혈경쟁 우려(매일경제 정주원 기자)

【 앵커멘트 】
보통 시중은행에는 일반인들이 예금을 맡기거나 대출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은행들이 새 수익원으로 기관영업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매일경제신문 정주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정 기자, 은행권이 기관영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고요?

【 기자 】
은행들은 기존 예금-대출 위주 영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이미 잔액 1500조원에 육박해 한계 수준에 도달해있는 상태입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과도한 부채가 국민 개개인은 물론 경제 악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죠.

이에 대출 총량을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됐죠.

은행들이 더이상 주택담보대출 같은 기존의 수익원에만 기댈 순 없게 됐다는 얘깁니다.

또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 그러니까 예금 금리는 낮게 주면서 대출 금리는 비싸게 받아 은행원들 배만 불린다는 여론의 시선도 부담이겠죠.

이에 틈새시장으로 떠오른 게 '기관 영업'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교 등의 주거래 은행이 되는 겁니다.

해당 기관의 예산과 금고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죠. 예를 들어 전통적인 기관영업 강자인 NH농협은행은 청와대와 정부청사 주거래 은행을 맡고 있는데요.

청와대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쓰는 법인·복지카드, 직원용 신용대출 등을 농협은행이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또 청와대 내부에 농협은행 지점이 있다보니, 비교적 안정적 생활 기반을 가진 공무원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한 개인영업 기회도 많아지겠죠.

이처럼 대형 기관 주거래 은행이나 지자체 금고 은행이 되면 안정적으로 예금을 유치하고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 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어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겁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 때 기관영업을 담당하던 부서를 더 큰 단위의 '본부' '그룹'으로 격상해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 앵커멘트 】
기관영업을 담당하던 부서를 격상했다면 그 만큼 은행내에서 기관영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졌다는 걸텐데요.
유치 경쟁도 더 치열해졌겠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혈투'라고 부를 만큼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집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서울시금고 유치전이 큰 관심을 끌었던 바 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이라 불리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모두 도전장을 냈고요.

결국 103년 동안 우리은행이 독점했던 운영권을 신한은행이 가져가면서 두 은행의 자존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서울시금고는 국내 지자체 중 예산 규모 34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런 '서울시금고를 관리한다'라는 상징성이 꽤 큽니다.

보통 지자체 금고는 시스템의 안정성이나 노하우 등을 고려해 한 은행이 오랫동안 금고 운영을 맡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 앵커멘트 】
서울시금고에 비해서 비수도권 지역 금고는 규모가 작을텐데,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가요?

【 기자 】
어제 제안서 제출이 마감된 세종시 금고만 봐도, 확실히 '치열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세종시는 예산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규모 자체가 크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운영권을 가진 농협, 하나은행은 물론, 국민·신한은행까지 제안서를 내서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행정수도라는 상징성을 가진데다, 올해 남은 광역자치단체 금고 입찰이 얼마 없어 시중은행들 관심이 높았습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선 지자체 금고의 강자인 농협은행과 충청·중부 지역의 강자 하나은행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농협은행은 전국 234개 지자체 금고 중 166개 지자체 금고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70%가 넘는 수치이고요.

그만큼 노하우가 쌓였을 테고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겠죠. 농촌을 기반으로, 동·면 단위까지 촘촘히 퍼져있는 단위농협 조합의 네트워크도 강점입니다.

하지만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세종시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나은행이 20년 전 옛 충청은행을 인수·합병했었거든요.

아무래도 해당 지역 영업에선 강점을 가지고 있고요. 실제로 지난해 대전시금고 입찰에서도 1금고 운영권을 따낸 바가 있습니다.

거기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충남 부여 출신이고, 부행장 시절(2013년) 충청영업그룹을 담당했던 경력이 있어 이번 입찰에 관심이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공격적인데요. 말씀드렸듯 두 기관 모두 기관영업부를 본부 단위로 키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제 남은 광역지자체 금고는 제주·전북 두 곳뿐입니다.

【 앵커멘트 】
경쟁이 치열하면 부작용도 나타나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 기자 】
은행들이 지나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공개경쟁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기관이나 지자체마다 선정 평가기준은 두고 있습니다.

해당 은행의 신용도나 재무 안정성, 관리 능력, 이용자 편의성 등을 두루 고려하는데요. 결국엔 대출·예금금리나, 은행이 기관·지자체에 내는 출연금 등이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운영 은행이 바뀐 서울시금고의 경우, 이번에 3000억원대 출연금 지급 약정이 맺어졌습니다. 이게 직전 입찰 때 지급된 출연금에 비해 3배나 증가했거든요.

금고 운영 능력보다 돈이 먼저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크죠. 이후 진행된 다른 지자체 금고 입찰 때도 이 영향으로 출연금 수준이 상향됐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습니다. 불필요한 출혈 경쟁이 일어났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또 은행들이 제안서를 낼 때,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를 지나치게 낮게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금리는 영업 방침 차원에서 은행들이 정할 수 있지만, 특정 기관의 특정 직원들에게만 이렇게 혜택을 주는 게 옳으냐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출연금이나 이자지급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만큼 반대급부로 혜택을 덜 받는 고객이 생길 테고요.

무엇보다 출연금 등의 재원은 은행을 이용한 개인·서민 고객이 낸 대출 이자나 수수료 이익에서 나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앵커멘트 】
은행권이 대출과 예금금리 차이에 기인한 이자장사에만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다시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 매일경제TV & mktv.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