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대담] 빛바랜 ISA…원금보장 신탁형만 불 (매일경제 김태성 기자)

【 앵커멘트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서민과 중산층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만능 재테크 통장'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습니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 유사 상품으로 전락한 건데요.
자세한 내용 매일경제신문 금융부 김태성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ISA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활용된다는 말이 어떤 이야기인가요?

【 기자 】
네, 최근 경기 상황이 안 좋고 코스피와 미국 다우지수 같은 세계 주요 증시시장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ISA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높지만 그만큼 투자 리스크가 높은 일임형ISA 상품은 외면하고 안전한 신탁형 상품에만 몰리는 쏠림 현상이 최근들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ISA계좌에 몰린 투자액은 5조2466억원으로 1년전인 지난해 8월 4조947억원보다 28.1% 늘었습니다.

이중 안전한 신탁형 계좌에 투자된 금액은 4조6073억원인데요.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의 87.8%를 차지합니다.

작년 8월의 86.7%와 비교하면 더 늘었는데요.

반대로 일임형 상품 투자금은 올해 8월 6393억원으로 비중이 12.2%밖에 안 됐습니다.

이마저도 1년전 13.3%와 비교하면 감소했습니다.

투자금만 비교해도 신탁형에 몰린 돈이 일임형의 7.2배에 달하고 가입자수를 봐도 신탁형은 187만 명, 일임형은 24만 명으로 사실상 ISA에 가입하는 사람 대부분은 안전한 신탁형 상품만 찾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앵커멘트 】
그런데 꼭 투자자들이 위험한 투자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인데, 안전한 신탁형 ISA에 투자가 몰리는 것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나요?

【 기자 】
이 문제를 따져보려면 우선 ISA가 왜 탄생했는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ISA는 지난 2016년 3월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을 불릴 수 있는 '국민 만능 통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금융상품입니다.

돈이 많은 자산가에 비해 투자정보를 접하기 힘든 일반 급여소득자나 금융소비자가 굳이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산가들이 투자하는 펀드나 채권같은 상품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인데요.

실제로 ISA는 예금이나 펀드 같은 여러 금융상품을 계좌 하나에 담아 관리하고, 보통 5년인 의무가입기간을 채우면 최대 200만 원의 수익에는 이자소득세 15.4%를 매기지 않는 비과세 혜택도 줍니다.

200만 원을 넘은 초과 수익에도 9.9%의 세율만 적용합니다.

이 ISA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가입할 때 신탁형과 일임형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먼저 신탁형은 고객이 직접 금융회사에 투자할 상품을 지정합니다.

반대로 일임형은 금융사가 고객의 돈을 투자할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리밸런싱, 즉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상품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것까지 직접 하는 상품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신탁형과 일임형ISA가 투자하는 상품은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8월말 기준으로 신탁형 투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은행에서 파는 예,적금으로 무려 전체의 94.5%가 투자됐고요.

반대로 일임형은 국내 채권형펀드에 40.2%,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13% 등 주로 펀드에 분산투자됐습니다.

ISA가 투자에 익숙하지 않아 고수익을 올리기 힘든 서민층을 위해 '만능 재테크 통장'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취지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예,적금 간접투자 상품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작년에도 신탁형 ISA 가입자가 더 많긴 했지만 특히 올해 그런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이유가 있을까요?

【 기자 】
올해 글로벌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인데요.

ISA가입액 통계가 집계된 8월은 양국의 무역분쟁 강도가 더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 분위기도 악화되고 코스피도 한차례 조정을 받은 후에 박스권에서도 하단을 머물고 있던 시기입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불안한 분위기 때문에 안전자산 추구 현상이 그 어느때보다도 짙어진 만큼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신탁형ISA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앵커멘트 】
앞으로도 신탁형 상품에만 돈이 몰리는 현상은 계속될까요?

【 기자 】
오히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세계 주요 채권의 기준금리면서 글로벌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3.2%까지 치솟았는데요.

이 영향으로 최근 일주일새 미국 증시 3대 지수로 꼽히는 다우, S&P, 나스닥 지수 뿐 아니라 코스피도 4% 급락할 만큼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인식되는 국내 채권도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이어져 지난달 외국인 투자금은 한달 전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결국 ISA에서도 원금이 보장되는 신탁형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오히려 일임형에 가입한 투자자가 최근 분위기 때문에 신탁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ISA는 1인당 1계좌가 원칙이기 때문에 투자금 일부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고요.

기존 계좌를 없앤 다음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이 때 기존 계좌에 편입된 자산 종류에 따라서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ISA 상품 쏠림 현상의 원인과 현상에 대해서 매일경제 김태성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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