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정부가 전세 대출 규제 방침을 발표 하루만에 뒤집었습니다.
자세한 내용 매일경제 부동산부 김강래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김 기자, 우선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 것이죠?

【 기자 】
네, 간단히 말하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강화한다는 게 이번 규제의 핵심 내용입니다.

지난 29일 금융 당국은 언론을 통해 주택금융공사가 제공하는 전세자금 대출 보증의 자격 요건을 오는 10월부터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은행들은 주택금융공사 같은 보증기관이 발급하는 보증서를 담보로 전세금을 대출해주고 있는데요.

보증이 안 되면 대출도 불가능합니다.

한 가지 예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상인 경우 앞으로 전세금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도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들도 보증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맞벌이 신혼부부는 8,500만원, 1자녀 가구는 8,000만원, 2자녀 가구는 9,000만원, 3자녀 가구는 1억원 등으로 소득 기준이 완화됩니다.

이와 함께 주금공의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에서 다주택자도 배제됐습니다.

【 앵커멘트 】
이같은 방침에서 하루만에 바꾼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 기자 】
금융 당국이 어제(30일) 무주택자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에 대한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주택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며 여론이 들끓자 하루 만에 규제를 손본 것입니다.

아울러 금융 당국은 1주택자에 소득 기준을 적용할지 여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9일 이 규제의 내용이 처음 보도된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포함해 각종 커뮤니티에는 전세자금 대출 규제에 대한 항의의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물론 자격 기준 강화에 동의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실수요자가 피해보는 대출 정책을 왜 시행하는지, 월세로 살라는 것인지" 등의 의견이었습니다.

한 청와대 게시판 청원인은 "혜택은 바라지도 않는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우리의 의지마저 앗아가지 않았으면 좋다" 이렇게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앵커멘트 】
이렇게 여론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 기자 】
요즘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일수록 30~40대 무주택자는 전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간 부부의 소득이 7,000만원 이상이면 무주택자여도 전세 대출을 못 받는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조치인가에 대해 많은 비판이 나온 것이죠.

실제로 한국은행이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의 80% 이상이 30~40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연소득 7,000만원이라는 기준 자체는 계속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부부합산 7,000만원을 고소득자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런 규제를 하는 건가요?

【 기자 】
물론 전세 보증 제도를 서민층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금융 당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주택 보유 여부와 소득 수준을 보증 자격 요건에 추가했는데, 다주택자와 고소득자의 돈줄을 조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 핵심은 '수요 억제'인데요.

앞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꺼내든 것도 시중의 자금을 줄여 수요를 누르겠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금융 당국은 다주택·고소득자들이 강화된 주담대 규제를 피해 전세 대출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갭투자 등 투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기자 】
현재로서 전문가들은 특별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미 대출을 계속 조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도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죠.

이번 대출 규제가 갭투자가 몰렸던 일부 지역에서 수요를 차단해 일시적인 거래 감소를 유발할 수 있어도, 치솟은 주택가격이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매물은 없는데 매수 희망자는 넘치는 장세에서는 수요가 다소 줄어든다고 해도 시세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주간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8월 마지막주 서울은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매수우위지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매도자가 적고 매수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대출 없이 지방이나 수도권 집 여러 채를 팔고 강남의 아파트 하나를 사는 ‘똘똘한 한 채’ 현상도 규제의 영향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앵커멘트 】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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