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서울 집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난해 8·2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최근 다시 오르고 있는데요.
매일경제신문 전범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전 기자, 서울 집값이 요즘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죠? 얼마나 오른건가요?

【 기자 】
한마디로 서울 아파트값은 천장을 뚫고 폭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제(23일) 한국감정원이 이번주 아파트가격 동향을 발표했는데요.

한주 동안에 0.37%가 올라서 올해 1월 말 이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지난 겨울은 서울 집값이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이면서 강남권 대부분 아파트들이 신고가를 돌파했던 시기였는데요.

정부가 온갖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다시 그때 수준으로 되돌아간겁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전방위적 폭등'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강남은 '똘똘한 한채' 위주로, 강북은 '갭 매우기'를 이유로 서울 전역이 다 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가 상승세를 기록한 것 뿐만 아니라, 전주 대비 모든 자치구가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동작구가 0.80% 올라서 상승폭이 가장 컸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용산과 여의도, 반포가 만나는 접경지역이 동작구인데, 주변의 호재들이 동작구의 투자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강동구,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가 모두 한주동안 0.5% 이상 올랐습니다.

강남·서초·송파·강동를 일컫는 강남4구도 평균적으로 0.47% 오르면서 반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 앵커멘트 】
집값이 이렇게 급등하면서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진다고요?

【 기자 】
요즘 집을 산 사람들은 밤잠을 잘 못잔다고 합니다.

등기까지 치르면 상관이 없지만 계약서만 쓴 매수자들은 너무 급하게 집값이 올라서 매도인이 가계약금이나 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해지할지 걱정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강남권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가계약금으로 3천만원을 받은 매도인이 그 돈을 포기하고 매도의사를 철회해서 매수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이렇다보니 아파트 값이 급등해도 함부로 계약을 해지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부동산중개소에서 1억원 현금을 맡아두겠다고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개소에서 1억원 정도를 들고 있다가 팔겠다는 매도인이 나오면 곧바로 입금을 해야 남들보다 먼저 계약할 수 있고, 계약도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겁니다.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 송파구 잠실동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실제 일어난 사례입니다.

1년 전 집값 급등기에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갈아탔다가 최근 1억 넘게 오른 아파트를 다시 사겠다고 부동산중개소를 찾아온 사례도 있다고 하네요.

집을 팔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을 얻었다며 부동산중개인 앞에서 엉엉 울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앵커멘트 】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 기자 】
타이밍으로 보면 박원순 서울 시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 시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싱가포르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의도 용산 통개발' 발언을 하게되죠. 이때부터 여의도와 용산이 이상급등하기 시작합니다.

잘 아시는 바 처럼 박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달 동안 옥탑방 살이를 했는데요.

이후 우이~신설 연장선 같은 경전철 인프라를 강북에 먼저 깔겠다며 '1조원 강북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집값 안오르기로 유명한 노도강, 노원 도봉 강북구 집값까지 들썩이는 이유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강동구와 은평구는 지하철 연장,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 영등포구는 여의도 통합개발, 용산구는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등 굵직한 개발 호재들이 즐비한 상황입니다.

【 앵커멘트 】
하지만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 기자 】
맞습니다.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매물이 없으니 거래가 많이 일어나지 않고, 가뭄에 콩나듯 이뤄지는 거래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죠.

자 한번 들어보세요. 아크로리버뷰,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힐스테이트 서울숲 리버,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동작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 무슨 외계어 같지만 요즘 지어진 새 아파트 이름들인데요.

올해 들어 한건도 거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아파트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새 아파트 팔면 바보'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뿐이 아니죠. 개포주공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초기 단계로 유일하게 거래가 가능한 곳이 개포주공 5,6,7 단지인데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감으로 지지부진하던 이런 초기 재건축 아파트들도 최근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3000세대 넘는 단지에서 매물이 한 건도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신축 뿐 아니라 재건축 초기 아파트도 가격이 급등하고 매물이 사라지면서 '강남 재건축 죽이기'에 집중했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단 힘이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질문이지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인데요. 이런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까요?

【 기자 】
가격은 신만이 아는 영역이라고 말하지만, 당분간 서울 집값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일단 정부는 비상회의를 열고 제2의 집값과의 전쟁을 치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국세청, 금융위를 통해 불법투자자금을 캐내겠다는 겁니다.

또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청약조정지역 등을 추가로 지정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강남4구와 마포, 용산, 성동, 노원구 등 11개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여기에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최소 4개구를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겁니다.

투기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 조합원 거래 금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됩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원래 투기지구로 지정된 지역들은 안오르고 있냐는 겁니다.

결국 이런 추가지정이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칼도 칼집 안에 있을때가 제일 무서운 법인데,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카드로 불리던 부동산 보유세 인상카드를 일찍 써버리면서 사실상 정부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하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끌어들인다면 얘기가 확 달라질 수 있겠지만, 최근 우리의 경제 성장률과 고용상황을 살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카드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것이고, 지역마다 차이는 나겠지만 당분간 서울 집값의 강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 앵커멘트 】
매일경제신문 전범주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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