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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 보내놓고 정부는 나몰라라…청년들, 눈물의 귀국"
기사입력 2018-02-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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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해외취업 난맥상 ◆
"청년들이여 해외로 나가라! 청년일자리 돌파구는 해외 취업이다!" 지난해 9.9%에 달한 역대 최고 청년실업률을 낮추고자 정부와 국내 노동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구호다.

경기가 좋아 고용률이 높은 선진국과 성장률이 높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신흥국에서 일자리를 구해보자는 그림이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및 국가 간 교육과정 연계 등을 통해 일본과 아세안 지역에 3년간 1만명을 '취업 수출'시킨다는 청사진을 작년 말에 내놓았다.

취업비자 발급 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한상(韓商)기업에 인턴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외국어, 문화, 비자, 차별, 임금, 직업 안정성 등 나라마다 다른 유·무형의 장애물이 존재한다.

획일화된 정부 정책으로 그런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을까.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까. 단기적 성과 내기에 급급한 정책 때문에 우리 청년들이 피해 입을 위험은 없을까. 매일경제는 일본, 호주, 미국, 영국, 베트남, 아프리카 등 6개 나라에 취업한 한국인 청년들을 이메일 인터뷰해 현지 취업시장 분위기와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 등을 들어봤다.


일본 IT기업 엔지니어 36·고려대 졸업
"외국인 등치는 악덕기업 걸러달라"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한국인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하는데, 한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경기가 좋고 낡은 IT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가 제법 진행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업무는 외주 개발과 유지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인 청년이 타국 청년보다 성실하고 일 처리가 빠르다는 평가가 많아 일본어만 잘하면 취업이 가능하다.


다만 일본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한국 기업에 만연한 부조리와 폐단이 일본 기업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

양질의 일자리도 많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고 해도 블랙컴퍼니를 가려내기 힘들다.

인력 파견 업체와 외주 업체 간 모호한 경계를 이용하는 악덕기업이 많아 외국인 근로자가 피해를 보거나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취업 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주거비 해소 차원에서 셰어하우스를 지원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가입 기간을 합산해주는 방식 등으로 일본 연금제도와 한국 국민연금이 연계되면 노후 보장까지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 같다.


아프리카 국제기구 30·서강대 졸업
"정권 바뀔 때마다 인턴·봉사단 양산 안돼"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단기적으로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인턴이나 봉사단 등 길어야 1년간 해외에 나가 있는 프로그램만 만든다.

취업준비생도 정부 해외 취업 프로그램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아닌 진입 정도만 도와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해외에 진출해 1~2년간 경험 쌓는 것까지가 정부 역할인 것이다.


정부가 해외 취업한 뒤 사후관리까지 해줄 수는 없다.

다만 커리어 트랙을 체크해 성과를 논의할 필요는 있다.

또 해외 취업 경험을 온·오프라인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이런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이상한 브로커를 찾아서 상담하고 돈을 내고 사기를 당한다.

또 일반 문과생보다는 특성화고나 물리치료나 조리학 등 전문대 특수학과를 졸업한 청년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 취업의 장점은 우리나라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온 청년 근로자에게 비자 발급을 잘 해주는 편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은 비자 문제 때문에 취업이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호적인 문제라 한국 정부가 전혀 도와줄 수 없다.


영국 국제기구 연구원 31·동국대 졸업
"유럽 채용문화 모르는 탁상행정 헛웃음"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는 '취업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그 중심에 인맥이 있다.

한국과 개념이 많이 다르다.

이해관계가 아닌 거의 매일 곳곳에서 열리는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석해 스스로를 세일즈함으로써 생기는 비즈니스 인맥이다.

이 인맥을 통해 중요한 업계 정보를 얻고 면접 때 활용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영국 등 유럽은 선면접·후서류 제출 식으로 채용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영국 등 유럽에서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건 네크워킹 이벤트에 열심히 가서 자기를 세일즈하는 것이다.

높은 영어 시험 성적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문화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런던 금융 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에서는 갈색 구두를 신지 않는 문화가 있다.

한국인 취업준비생이 즐겨 입는 검은색 양복이 여기서는 장례식 전용복이 된다.

미국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유럽 취업시장에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유럽 직장에서 미국인처럼 행동하면 비즈니스 거래 성사조차 어렵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해외 취업 프로그램에는 이런 핵심 정보가 누락돼 있다.

공무원들이 한국 기준으로만 생각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 취업을 장려해 청년실업률을 낮추겠다는 발상에 웃음이 나온다.

런던에 있는 한국인 청년근로자들을 보면 일부 자영업자를 빼고는 대부분 이미 한국에서 외국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다녔던 사람들이다.


베트남 제조업체 관리직 28·경성대 졸업
"한국 직원 급증, 新코리안타운 조성 어떨까"
베트남은 다양한 제조업체가 늘고, 한국 대기업의 1·2차 하도급업체도 늘고 있어 취업 기회는 많은 편이다.

베트남 제조업체에 취업하는 한국인에게는 대부분 현지인 직원을 관리하는 매니저 업무가 주어진다.

다만 한국인은 현지 근로자에 비해 인건비가 최소 5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들어가는 만큼 점차 채용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일단 채용만 되면 회사 내에서 성장할 가능성은 높다.

미국과 호주 등 선진국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목돈을 만들기에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베트남 취업 비자를 받으려면 전문가 인증서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를 통하거나 현지 기업을 통해 어렵지 않게 발급받을 수 있다.

비자 문제로 귀국하는 일도 드물다.

정부 지원금으로 기본적인 현지 교육을 받아 적응하는 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해외 취업을 많이 시키는 것만큼 중도 귀국하지 않고 베트남에 오래 자리 잡고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인 취업자를 위한 스포츠·문화센터 설립 등 외로움과 지루함을 덜 느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호주 간호사 34·동국대 자퇴
"비자정책 예측불가 … 정부간 협상 나설때"
호주인 기준에서 볼 때 일 중독에 가까운 근무시간, 각종 자격증과 경력 보유 등 때문에 호주 고용주들은 한국인 청년 채용을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정부가 자유롭고 자신 있는 인터뷰 능력을 키워주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초기 정착금과 렌트비·생활비 등을 지원해주면 청년 해외 취업이 늘 것이다.


한국 청년들이 취업 타깃으로 삼아야 할 부족 직업군을 정부가 추려서 홍보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해외 취업을 지원해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건 의미가 없다.

몇 년 해외에서 일하다가 비자 만료나 관련 법 변경으로 귀국하게 되면 무슨 의미가 있나.
호주 정부가 457비자(해외 숙련 인력 대상 취업비자)를 갑작스럽게 폐지하면서 한국으로 돌아간 청년이 많다.

호주는 이민 및 외국인 취업정책이 자주 바뀌는 리스크가 있다.

예측할 수도 없다.

최근에는 일부 전문 직종이 인력 부족 리스트에서 빠지면서 기술이민도 힘들어졌다.


한국과 호주 정부 간 협의를 통해 한국인 취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해외 취업이 안정되고 지원자도 늘어날 것이다.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호주에 왔다가 귀국하는 건 대부분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서다.


미국 보험사 연구원 29·경희대 졸업
"3개국어·美명문대 스펙에도 구직 어려움"
대학 졸업 후 컬럼비아대 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렸을 때 외국에 살아 영어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

미국 시민권자 남편과 결혼해 나도 시민권이 있다.

그런데도 취업이 너무 안 되다 보니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 면접까지 봤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된 직장을 구했고 연봉도 적지 않지만 이게 현실이다.

경기가 좋고 고용시장이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저임금 일자리는 대부분은 인건비가 싼 흑인과 히스패닉 청년들이 가져간다.

한상 기업에 들어가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그 시장도 포화된 지 오래다.

한국 청년들이 가장 많이 가고 싶어하는 나라가 미국인데, 실제로 취업을 준비할 때는 공공기관이 아닌 사설 업체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성과는 미미하다.

미국 정도면 정부가 단순 컨설팅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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