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통해 이슈를 점검해 봅니다.
‘비선실세’ 파문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고 이게 나라냐 개탄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그런 나라조차 못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바다에 갇혀 있는 한진해운 선원들입니다.
한진해운이 지난 8월3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경영구조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전 경영진은 물러갔고 회사는 핵심자산을 매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들은 과연 합당한 법적·도덕적 책임을 졌을까요? 오히려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죠. 부실을 초래한 자 따로 있고 그 부실을 견디는 사람 따로 있는 건가요. 기업회생절차가 길어지는 가운데 한진해운 선원들은 배 위에서 일상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한진샤먼호 선원 14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을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거쳐 뉴욕, 윌밍턴 사바나항을 가는 한진샤먼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압류를 피해 파나마 대신 인도양과 대서양을 잇는 희망봉을 거쳐 부산으로 입항을 시도했지만 선박용 유류 공급업체인 월드 퓨얼 서비시즈가 연체된 기름값을 이유로 법원에 임의경매개시신청을 하면서 현재 가압류된 상태입니다. 한진샤먼호가 압류되자 선원들도 배에서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해상법상 최소승무정원이 규정돼있어 대체 선원이 오지 않는 이상 배를 떠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항해사들은 구직을 준비하기도 어렵고 특히 병역의무가 끝나지 않은 선원들의 경우 더욱 심난합니다. 해양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3년간 의무 선원생활을 해야 하는데요. 5년 내에 3년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일반 군 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렇듯 어렵고 절박한 상황이지만 한진샤먼호의 최고 책임자인 임덕호 선장은 회사의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끝까지 선박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 선장은 "한진해운에 오래 근무했던 직원들은 애사심이 많다. 다른 선원들도 끝까지 가보자 이런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면서 "저도 파산선고까지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단 한진샤먼호 뿐만이 아닙니다. 그나마 한진샤먼호는 부산 신항에 접안했던 7일, 물과 식량 등 장기 체류를 대비한 후 바다로 나왔지만, 타국에 있는 직원들은 인터넷과 전화조차 어려운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 버티고 있어 사실상 난민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한진해운이 선원관리 책임을 지는 선박(사선)은 총 55척이며 승선 중인 한국인 선원은 모두 420명입니다. 아무리 국정이 어지러워도 잊지 말아야 할텐데요. 이 사람들이 아직 배 위에 있습니다. 오늘의 화제의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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