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통해 이슈를 점검해 봅니다.
화제의 인물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한창이다. 앞서 로봇, 태양광, 설비지원, 지게차사업 등을 분사시키는 작업에 착수하더니 내년에는 매출 합계가 5조원에 달하는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 건설장비사업부, 그린에너지사업부 등 굵직한 사업부를 떼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7일에는 예년보다 이른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전 세계 조선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통상 이뤄지는 사장단 인사 시기보다 보름가량 앞당긴 조기 인사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인사를 보면 상대적으로 젊은 전무급 임원을 부사장급으로 승진시켜 각 사업부 대표로 임명해 구조조정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강환구 사장과 함께 '투톱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장단인사는 그동안 실시해온 분사 등의 구조조정 방침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의지 표현이다. 먼저 현대중공업 경영난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권오갑 대표이사 사장(65)은 이날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으로서 그동안 회사의 주요고비 때마다 위기극복 카드로 전면에 나서 사태를 진두지휘해왔던 권 부회장은 과거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저유가로 인한 시황 침체에서도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가운데 유일하게 수년간 흑자행진을 이끈 장본인이다. 이후 2013년 말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로 조 단위 실적부진을 겪자 ‘구원투수’로 사장자리로 복귀했다. 권 부회장은 당시부터 인력 전환배치 및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에 이어 올해도 정부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생산직 감축과 분사 등을 선제적으로 실시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15년까지 적자를 이어가던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약 9000억원의 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사업재편,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기획실장 역할을 더욱 비중 있게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또 투톱 중 한 명인 강환구 사장은 1955년생으로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으며, 설계·생산·기획 등 현대중공업 조선사업의 주요 분야를 두루 거친 뒤 2014년 10월부터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앞으로 강환구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생산, 설계, 안전 등 울산 본사의 내부 경영에 전념하고, 권오갑 부회장은 급변하는 대외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재편,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장단 및 사업대표 체제를 갖추는 인사를 조기에 단행하게 됐다"며 "최길선, 권오갑 두 대표이사 체제에서 수행해온 자구계획을 일단 마무리 하고,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경영진체제로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대적인 사업 개편과 함께 권오갑·강환구 투톱으로 새롭게 출항하는 현대중공업. 안갯속 조선업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아직 과제는 산적하다. 무엇보다 노조와의 충돌이 가장 큰 문제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사측과 19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왔던 노조는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복귀한 이후 3년 연속 파업을 실시 중이다. 심지어 노조는 지난해 사측이여사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면담을 실시하자 사전에 협의나 통보가 없었다며 권 부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노조는 권 부회장의 승진에 대해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으나 내부적으로 불만의 기색이 역력하다. 이러한 노사 갈등을 어떻게 풀어 대내적인 안정을 찾고 대외적인 불황을 극복할지 새로운 리더의 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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