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통해 이슈를 점검해 봅니다.
"한미약품은 작년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에 힘입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윤리경영 기반의 영업 혁신을 통해 국내외 성장을 이어가겠다.” (2016/03/18, 제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관순의 연임안이 통과되면서)
‘뚝심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미약품의 이관순 대표이사.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직책이 높아져도 변함없이 신약개발에 꾸준히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2015년 들어 일명 ‘잭팟’을 연이어 터뜨리며 성과를 주목받았다. 사노피와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 8조 원 규모의 신약 후보 물질 기술수출계약에 성공하면서 한미약품의 실적을 크게 늘린 것이다. 이로 인해 한미약품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2015년 각각 전년보다 73.1%, 514.8%, 274%나 늘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CEO스코어에서 선정한 경영성적 평가성적 점수에서 1등을 차지하고 2016년 3월 3연임에 성공했다. 또 평소 임직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오너와의 합도 잘 맞는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 그의 커리어에 큰 오점이 생겼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파동이 최은영 유스홀딩스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처럼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약품은 9월 29일 오후 7시 6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7억3000만 달러(8500억 원) 규모의 계약 해지 사실을 메일로 통보받았다. 이 회사는 이로부터 14시간 23분이 지난 30일 오전 9시 29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 사실을 공시했다. 29일 장 마감 이후인 4시 33분 호재성 공시(제넨텍에 9억1000만 달러 규모 기술 수출)를 낸 뒤 30일 장이 개장된 직후 악재성 공시를 내 시장의 혼란은 커졌다.
이에 대한 한미약품의 해명은 의혹을 더욱 키우기만 한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관련 증빙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 규모와 실체 수취 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한미약품의 계약 취소 공시는 이 회사가 거래소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 공시 시스템에 입력하면 바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에게 14시간 23분이란 시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30일 장 개장 전에 얼마든지 계약 취소 공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미약품 측의 주장대로 늑장 공시에 고의성이 없었다 해도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계약 해지 공시 당일인 지난달 30일에는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이 10만4237 주를 기록해 전체 주식 거래량의 5.79%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치다. 또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 평균가격은 59만622 원, 공매도 거래대금은 616억 원이었다. 이날 한미약품이 50만8000 원(18.06% 하락)에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공매도 주체들은 계약 취소 공시가 주가를 크게 끌어내릴 대형 악재로 해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한미약품 조사에게 가장 무게를 두는 것도 내부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이다. 설사 공시에 고의성이 없었다 해도 해당 정보를 알고 있던 내부 직원들이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전례가 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한다. 한미약품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와 7800억 원의 기술 수출 계약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 해당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공시 적정성 뿐 아니라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평소 이 대표는 신약에 대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치밀한 전략을 취해왔다. 그는 대형 수출계약을 맺은 성과의 비결로 ‘강력한 지식재산권 전략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과정’을 꼽았다. 실제로 한미약품이 5년 동안 국내에서 출원한 특허건수는 국내 제약사 평균의 4배 에 이르는 수치를 기록했다. 뚝심있게 신약을 개발하고 그것을 똑똑하게 지켜온 이관순 대표와 한미약품. 그런데 이번엔 얄미운 정도를 넘어섰다. 지난 30일 국내 증시는 한미약품 사태로 인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주말동안에는 늑장공시 논란만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과연 이관순 대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잠재울까? 자사의 눈앞의 이익만 좇을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과 윤리경영에도 뚝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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